플라톤의 책 ‘소크라테스의 변명’과 사르트르의 책 ‘지식인을 위한 변명’에는 소위 ‘지식인’에 대한 유사한 비판이 담겨있다.
우선 ‘소크라테스의 변명’를 읽어 보면
“동시에 나는 그들이(시인) 자기들의 시 짓는 기술 때문에, 자기들이 실은 지혜롭지 않은 다른 것에 있어서도 자기들이 인간들 가운데 가장 지혜롭다고 생각하고 있다는 걸 알아차렸습니다”
“내가 보기에 그 훌륭한 장인들도 시인들과 똑같은 잘못을 갖고 있었습니다. 각 사람은 자기 기술을 멋지게 실행해 내니까 다른 가장 중요한 것들에서도 자기가 가장 지혜롭다고 생각하고 있었지요”
- 소크라테스(플라톤) ‘소크라테스의 변명 22c~e’
사르트르는
“지식인이라는 집단은 지적 능력에 관계되는 일(정밀과학, 의학, 문학 등)을 통해서 어느 정도의 명성을 획득한 후에, 자신들의 영역을 벗어나, 인간이라는 보편적이고 독단적인 개념을 명분으로 내세우면서, 사회와 기존의 권력을 비판하기 위해 자신들의 명성을 남용하는 다양한 부류의 사람들을 가리키는 말이 된 것입니다.”
- 사트트르 ‘지식인을 위한 변명’
어느 제한된 한쪽 분야에서 전문가로서 명성을 쌓은 후, 자신이 전문이 아닌 분야에 대해서도 지적 우월성을 내세우면서 자신의 주장이 객관적 진실인양 강요하는 사람들을 소크라테스와 사르트르는 공통적으로 비판하고 있다.
여기까지는 소크라테스와 사르트르가 일치하지만 이 뒤에 이어지는 ‘그래서’에 해당하는 부분은 서로 다르게 전개된다.
소크라테스는 ‘그래서’ 지혜롭다는 인식이 진리를 알아가는 여정에 방해가 된다고 판단하고, 그 지혜롭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을 찾아가서 토론을 통해 그들이 지혜없을 스스로 깨닫도록 논박한다.
소크라테스는 지혜없음을 깨닫게 하기 위한 논박에서는 승리하지만, 그 모든 승리로부터 패자의 분노를 샀고, 결국 죽음에 이르게 된다.
소크라테스가 선택한 방법의 문제점을 사르트르가 타산지석으로 삼아 우회했던 걸까?
사르트르는 ‘그래서’ 모든 영역에서 전문가가 될 수는 없지만, 그럼에도 ‘소리내어 외칠 수 밖에 없는 지식인의 숙명’을 인정하고, 지식인이 그 외치는 기능을 유지하되 한계를 스스로 인정하고 역할을 최적화할 수 있도록 지식인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 설명하는 방법을 선택한다.
즉, 표면적으로 권력에 저항하는 외양을 가질 수는 있지만, 지식인이라는 계층 자체가 권력에 의해 양육되었고 가공된 ‘권력의 작품‘이기에 근본적으로 권력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존재라는 한계를 폭로한다.
자기 스스로 ‘모순적인 존재’라는 걸 깨닫는 것은 ‘자정 능력’의 가능성이라는 관점에서 매우 중요하다.
사르트르는 지식인들이 자기 스스로 모순적인 존재인 것을 알기를 바랬던 것으로 보인다.
지식인이 자기 스스로의 본원적인 한계를 알아야 타인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수 있는 이유를 외부의 자극 없이도 자기 자신의 내면으로부터 발견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일 것이다.
결국, 소크라테스와 사르트르는 ‘진리에 대한 겸손’이라는 동일한 주장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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