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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기의 즐거움

질문 방식 - 하이젠베르그 '철학과 물리학의 만남'

by pied_piper33 2024. 10. 18.
 
"관찰행위 자체가 관찰 결과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은 고전적 개념으로서는 이해되기 어렵다" - p.52
"우리가 관찰하고 있는 것은 그 자체로서의 자연이 아니라 인간의 자연에 대한 질문방식 속에 나타난 자연이다. 물리학에서의 우리의 과학적 작업은 자연에 대하여 어떤 방식으로 질문을 해야 할 것인가를 포함하고 있다. 자연은 우리와 떨어져서 멀리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자연은 존재의 드라마이다. 그 속에서 인간은 배우도 되고 관객도 되는 것이다. 자연은 나와 관계될 때 진정한 모습이 드러난다." - p.55
관찰하는 행위가 관찰 결과에 영향을 미친다는 얘기다.
즉, 관찰자와 관찰대상은 사실상 강하게 연관되어있으므로 관찰자가 주장하고 싶은 (사실에 대한) 완벽한 객관성이란 존재하기 어렵다.
위의 구절에서 '자연'의 자리에 '타인'을 집어 넣고 '우리'와 '인간'의 자리에 '나'를 집어 넣고 다시 써보자.
"내가 관찰하고 있는 것은 그 자체로서의 타인이 아니다"
"타인은 있는 그대로의 타인이 아니라.. 나의 타인에 대한 '질문방식' 속에 나타난 타인이다."
"타인은 존재의 드라마이다. 타인의 모습 속에서 나는 배우도 되고 관객도 되는 것이다."
"연결된 관계 속에서 나와 타인의 진정한 모습이 드러난다."
내가 서술하는 타인의 모습은 나의 '질문 방식'에 의해서 왜곡될 수 밖에 없고 여기에 더하여 그 모습 속에 '나의 실체'가 강하게 반영될 수 밖에 없다는데에까지 가면 이제 두려워지기 시작한다.
나이가 들수록 무엇보다도 ' 겸손의 훈련'이 더 많이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