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세(勢)'는 글자의 모양과 소리의 느낌상으로는 '몰아치는 바람'과 같은 의미에서 출발했을 듯 하지만 글자를 뜯어 보면 그렇지 않다.
세(勢)는 심을 예(埶)와 힘 력(力)이 합쳐진 글자이고,
심을 예(埶)는 언덕 륙(坴)과 씨앗 환(丸)으로 이루어져 있다.
여기서 언덕 륙(坴)을 유의해서 봐야 하는데, 언덕 륙(坴)은 천막의 모양을 흉내내어 그린 六을 위 아래로 쌓은 상형자이다. 즉, 자연적으로 만들어진 언덕이 아니라 사람이 고생해서 쌓아올린 망대 또는 높은 건축물이 본래의 의미에 가깝다.
정리 해보자.
세(勢)는 높이 쌓아올린 곳에 씨앗을 심어두는 '힘'을 의미한다.
즉, 물리학의 용어를 빌려 보자면 운동에너지(kinetic energy) 보다는 위치에너지(potential energy) 쪽에 가깝다.
손무는 손자병법 세편(勢)에서 전쟁을 잘하는 장수는 사람이 아니라 '세(勢)'를 통해서 승리를 만들어 낸다고 설명하며, 세라는 것은 천길 낭떨어지 위에서 둥근 돌을 굴리는 것과 같은 것이라고 규정한다.
세(勢)가 운동에너지라면, 더욱 강하고 거칠게 몰아부칠 수 있도록 '개별적인 사람의 특성'이 중요하겠으나 위치에너지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위치에너지를 만들어 내려면, 저 높은 언덕으로 바위를 올려 높기 위해서 다양한 사람들이 모두 힘을 합치고 꾸준히 노력하는 장기적인 계획과 팀워크가 더 우선시 되어야 한다.
즉, 지금 객관적인 전력(손자는 이것을 형(形)이라 부른다)에서 밀리는 상황에서도, 미련한 듯 꾸준히 둥근 돌을 높은 곳으로 밀어 올려 놓는 노력, 즉 후천적이고 사후적인 방식으로 충분히 세(勢)를 구축할 수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세(勢)를 구축하는데 성공했다면, 이제는 이 세(勢)를 어떻게 사용해야하는 문제에 부닥치게 된다.
손자병법에서는 세(勢)를 활용하는 방법론으로 절(節)을 제시한다.
손자병법에서는 절(節)에 대해서, 팽팽한 활시위를 놓는 것처럼, 독수리가 빠른 속력으로 날아와 작은 새의 목뼈를 부러떠리는 것으로 비유한다. 즉, 과감한 결단을 의미한다.
결국, 전쟁의 승패를 결정하는 것은 운동에너지가 아니라 위치에너지이고, 위치에너지인 세(勢)는 그 본질 상 생득적인 것이라기 보다는 노력에 의해 확보할 수 있는 것이라는 게 적잖이 희망이 되고 위로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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