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이 발생되었을 때, 어느 정도의 '파괴'를 목표로 공격을 수행해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손무의 손자병법과 클라우제비츠의 전쟁론의 견해가 일치하지 않는다.
우선, 손자는 적국에 대한 파괴를 최소화한 상태에서 승리를 얻는 것을 추구한다.
"적의 군대를 굴복시키지만 싸움은 하지 않고, 적의 성을 함락시키지만 공격은 하지 않으며, 적의 정부를 무너뜨리지만 질질 끌지는 않고, 반드시 적을 온전하게 유지하여 전쟁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이익을 극대화하니, 이것이야말로 지모로써 전쟁을 수행하는 방법이다"
반면에, 클라우제비츠는 '구태여 적에게 지나친 손상을 줄 필요는 없다'는 주장에 대해 도덕주의자의 착각이라고 일축한다.
클라우제비츠는 전쟁을 이렇게 정의한다.
"전쟁은 물리적인 힘으로 적에게 나의 의지를 강요하는 것이다. 따라서 명백히 목적으로 삼아야 하는 것은 상대를 완전히 제압하여 앞으로의 저항을 완전히 불가능하게 하는 일이다."
클라우제비츠가 제시한 전쟁의 특징에 대해 몇가지 주요한 것을 들여다보면,
1. 무력의 극한적 사용
전쟁에서 진 쪽은 모든 것을 잃는다. 따라서 전쟁 초기 또는 어느 진영에 어떤 도덕적인 의도가 있었던가에 관계없이 패배하지 않기 위해서 사용할 수 있는 최대한의 무력을 사용할 수 밖에 없게 된다.
물론, 무력을 아껴둔 쪽은 압도적인 전력을 보유하고 있지 않은 한 반드시 전쟁에서 패배하고 모든 것을 잃게 된다.
2. 연속적인 무력의 행사
전쟁은 단 한번의 결전으로 끝나지 않는다. 평화를 위한 제스추어도 심지어 군대의 철수까지도 전쟁의 종료를 의미하지 않는다.
일본 전국시대의 마지막 일전에서, 도쿠가와 이에야스는 도저히 함락할 수 없었던 오사카성의 방어를 무너뜨리기 위해, 히데요리에게 전쟁의 전쟁의 종식을 제안하고 그 증표로 오사카성을 든든히 지켜주던 해자 하나를 메워주기를 부탁한다.
오랜 전쟁에 지쳤던 히데요리는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제안을 받아들이고 해자를 흙으로 메운다.
해자가 흙으로 메워지면서 방어선이 무력화되자마자,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군대가 공격을 재개해서 오사카성을 결국 함락시킨 것은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는 예정된 수순이었다.
승리와 패배가 확정되고 힘의 격차가 전쟁을 억제할 수 있는 수준이상으로 벌어지기 전이라면, 언제든지 죽고 죽이는 싸움이 재개되는 것이 전쟁이다.
3. 전쟁의 일부로서의 종전 후에 이루어지는 조치
전쟁에서 패한 적에게 재기의 시간을 주지 않기 위한 행동을 해야만 하며, 이것은 승자에게 부여되는 논리적인 책무가 된다. 적의 현재 상태에 대한 완벽한 이해가 있어야 이러한 조치가 가능하다.
외교적 수단으로 적을 완전히 굴복시킴으로 인해 '전쟁'이 필요 없어지게 만들 수 있는 역량이 있다면, 손자병법의 조언에 귀를 기울여도 무방하다.
그렇지 못하다면, 클라우제비츠가 현실적으로 보여주는 전쟁의 extreme한 특성을 무시해서는 곤란하다.
하지만, 전쟁과 관련하여 더 심각한 문제는.. 전쟁을 선하게 수행하려는 '도덕주의자'가 아니라, 전쟁의 존재를 부정하는 '평화주의자'라고 보는 것이 현실적이다.
자신의 공격적인 조치로 사실상의 선전포고를 실행했음에도, 전쟁이 이미 시작되고 있음을 감지하지 못하고, 적이 공격적인 수단으로 나를 옥죄어 오고 있는 상황에 대해서도 이를 전쟁이라고 정의하기를 거부하는 상황을 의미한다.
태공망이 썼다고 전해지는 (실제로는 어느 현자가 쓴 위서인) 병법서 '삼략'은 전쟁에 대해 '나라의 가장 큰 일이며, 나라가 보존되느냐 아니면 멸망하느냐의 갈림길'이라고 경고한다.
따라서, 전쟁이라는 것이 이렇게까지 중차대한 이슈라면, 전쟁을 수행하는 방법론으로 손자를 택하느냐 또는 클라우제비츠를 선택하느냐 보다 더 우선해야 할 것은 지금 내가 처한 상황이 전쟁인지 아닌지에 대한 판단과 현실인식이라고 봐야 한다.
전쟁에 처해있다면, 전쟁을 수행할 수 있는 태세를 갖추어야 할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평화에 준하는 관점으로 대응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음... 그런데, 내가 전쟁에 처해있는지 아닌지는 어떻게 판단할 수 있을까?
다시, 클라우제비츠가 제시하는 전쟁에 대한 정의로 돌아가 보자.
"전쟁은 물리적인 힘으로 적에게 나의 의지를 강요하는 것이다. 따라서 명백히 목적으로 삼아야 하는 것은 상대를 완전히 제압하여 앞으로의 저항을 완전히 불가능하게 하는 일이다."
지금의 상황이 전쟁인지 아닌지는 상대방의 스탠스에 대한 관찰로 확인할 수 있다.
(나의 스탠스도 중요하긴 하지만, 내가 스스로 전쟁이라고 정의하고 있다면 굳이 전쟁인지 아닌지 고민할 필요는 없어진다)
1. 힘으로 자신의 의지를 나에게 관철시키려고 하는가?
2. 나를 완전히 제압하여 나를 저항불능 상태로 만들려고 하는가?
판단이 어렵지 않다. 생각해보자.
당신은 그리고 당신의 기업은 지금 전쟁 중인가?
지금 당신을 불편하게 하는 상대방은 적인가 아니면 일시적으로 갈등을 겪고 있는 사업 파트너인가? 아니면 사업적 이해관계를 같이 하는 공동운명체인가?
당신은 지금 무엇에 준비되어 있는가? 전쟁? 갈등? 평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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