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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 단상

생산성 향상의 원리 - 조직의 리듬

by pied_piper33 2024. 10. 16.
아침 구보를 마치고 부대로 복귀하는데, 중대장이 갑자기 모두에게 푸쉬업을 시킨다. 중대장 자신도 솔선수범하여 푸쉬업 자세를 갖추었고, 중대장이 외치는 카운트에 맞추어 백여명의 중대원이 푸쉬업을 하기 시작한다.
one, two, three...
음.. 이 정도야..
one hundred one, one hundred two...
아.. 힘들다.. 버틸 수 있다..
two hundred one...... two hundred two...
저 미친 놈.. 윽.. 죽겠다.. 흑흑..
200개를 넘어가면서는, 국적과 인종 그리고 근육량에 관계없이 모두 괴로와하는데 중대장은 자세에 흐트러짐이 없다. 그날 고통 속에서 중대장에 대해 '보기보다 대단한 녀석이었어'라는 느낌을 가졌던 건 아마도 나뿐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리고, 시간이 꽤 흘러서 나도 병장이 되었고 말 안듣는 부하들에게 똑같은 방법을 시전해보고 나서야, 그때의 중대장이 그렇게까지 대단한 스포츠맨이었던건 아니었다는 걸 깨달았다.
퍼포먼스의 차이를 만들어내는 것은 체력이 아니라 '리듬'이었다. (물론 어느 정도 근력이 갖추어졌을 때의 이야기이다)
중대장의 리듬에 맞추어서 푸쉬업을 할 때는 죽도록 괴로웠는데, 내가 카운트를 하면서, 내 리듬으로 푸쉬업을 하고 내가 힘들어지는 고비 때마다 적절히 잔소리나 훈계를 한마디씩하며 쉬어가니, 나도 중대장처럼 푸쉬업 200개를 하면서 부하들을 고통 속에 몰아 넣을 수 있었다.
"기업 조직은 누구의 리듬에 의해서 운영되어야 할까?"
어리석은 질문처럼 들린다. 당연히 리더가 원하는 박자에 맞추어서 일사불란하게 움직여야 한다는 것에 이견을 갖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하지만, 푸쉬업 200개의 추억은 내게 '리더의 리듬'과 '일사불란한 움직임'에 대한 불신을 갖게 만들었다.
조직 구성원이 각자 자신이 보유한 역량을 100% 이상 발휘하기를 원한다면 조직은 리더의 한명의 리듬이 아니라 개별 구성원 각자 자신의 리듬에 따라 움직일 수 있어야 한다.
리더는 매순간 자신의 리듬을 강요하기 보다는,
방향과 중간 집결지의 위치,
중간 집결지에서 점검할 사항,
그리고 최종 타겟을 명확하게 정해주고
이 네가지를 가장 효과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구성원 각자가 자신의 리듬을 발견할 수 있도록 돕고 그 리듬을 지원해주는 것이 합리적이다.
자신이 할 수 없는 푸쉬업 300개를 구성원이 고통없이 해내도록 돕고 박수쳐주는 리더가 푸쉬업 200개를 해내지 못하는 부하의 무능을 질책하는 리더보다 성과의 측면에서 비교할 수 없이 유능한 것은 자명하다.
지금 당신은 당신의 동료는 당신의 부하는 누구의 리듬에 맞추어 일하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