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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 단상

물에 물을 섞으면 술이나 약이 만들어지지 않는다

by pied_piper33 2024. 10. 16.
존 스튜어트 밀은 책 '자유론'을 유순한 국민에 대한 이야기로 마무리 한다.
말 잘듣는 유순한 국민을 원하지 않는 통치자는 아마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국민을 유순하게 만드는 과정에서 국민은 스스로 무언가를 창조하고 이루어내는 에너지를 잃게 되고 결국 아무것도 해낼 수 없는 국민이 그리고 국가가 만들어질 것이라는 주장이다.
우리나라의 민주주의가 성숙하면서 '말 잘듣는 유순한 국민'은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다고 보면, 밀의 주장이 보다 효과적으로 적용될 수 있고 되어야 하는 영역은 기업일 것이다.
대부분의 대기업은 그 채용 프로세스를 통해서 어느 한군데 특출난 재능이 있는 사람을 뽑기 보다는 모든 영역에서 평균이상의 역량을 보유한 (어느 한군데에도 과락이 없는) 무난한 사람을 뽑기 마련이다.
그리고, 그렇게 뽑인 무난한 인력에 대해서도 묵시적 기업문화를 통해 튀지 않도록 추가적으로 억누르기 쉽다. (물론, 창의적인 기업문화를 겉으로는 표방하고 있긴 하다)
물에 물을 섞으면 물이 될 뿐 아무리 시간이 경과해도 술이 될 수 없고 약이 될 수 없다. 유순한 개인만을 골라서 받아들이고, 조직의 힘으로 그 유순한 개인을 생각이 없는 기계의 부품으로 만들고 있는 기업에게는 내일이 존재하기는 어렵다.
성장과 혁신을 꿈꾸는 기업이라면, 에너지가 있고, 엣지가 있는 구성원을 갖추어야 하고, 구성원 개개인이 혹시나 가지고 있을 결점이나 취약한 부분이 있다면, '조직'의 힘으로 그 문제를 보완해주어야 한다.
조직이 존재해야하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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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가 비록 좋은 목적이라고 할지라도 국민 개개인들을 더욱 유순하게 만들어서 국가의 말을 더 잘 듣는 사람이 되게 함으로써 그 국민을 왜소하게 만든다면 어떻게 될까?
그런 국가는 머지않아 그런 왜소한 국민으로는 진정으로 위대한 일을 이루어낼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그런 국가는 모든 것을 희생해서 국민을 국가가 시키는 대로 하는 완벽한 기계로 만들어 놓았지만, 그렇게 부드럽게 잘 돌아가는 기계로 만들기 위해서 국민에게서 활력을 없애버렸기 때문에,
결국에는 그런 국민이 전혀 쓸모가 없게 되어버린 것을 알게 될 것이다."
- 존 스튜어트 밀, '자유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