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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 단상

현상을 이해하는 방법 - 전략적 사고를 위한 철학적 실마리

by pied_piper33 2024. 10. 16.
플라톤부터 시작해서 최근의 현대 철학자들까지.. 주욱 따라가다 보면 19세기에서 20세기를 넘어가는 길목에서 '니체'라는 모순적인 벽에 부닥친다.
도대체, 일목요연한 이해가 불가능하다.
니체는 A라는 주장도 하고, B라는 주장도 하고 C라는 주장도 하고 각각 모두 맞지만.. A와 B는 충돌하고.. C관점에서 A와 B는 모순이다. 그래서, 박홍규 교수처럼 니체를 공격하고 비난하는 학자도 있으며 야스퍼스처럼 '정신병을 가진 철학자'임을 고려해서 가려 읽자는 제안을 하기도 한다.
문득, 니체는 죄가 없고 다만 세상이 원래 그렇게 생긴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본다.
단순한 문장하나로 설명할 수 있는 삶의 모습이 과연 있을까
나 자신을 포함해서 모순적이지 않은 존재가 과연 있을까
그렇다면, 모순이 중첩된 현실 그 자체를 관조하고 인정하는 방식이 우리가 살아가는 이 세상을 설명하는 최선의 시도일 수 있다.
소위 '전략'이라는 것을 설명하는 표현 중에.. 'Art of General'이 있다.
장군이 사용하는 기술이라는 것이다. 전투가 아닌 전쟁을 지휘하는 '장군'이 궁극적인 승리를 위해 사용하는 기술에 '전략'이라는 이름을 붙인 것은 충분히 납득할 만하다.
살기 위해서 죽고 죽이는 전쟁도 모순적인 상황이다. 그래서 어쩌면 인간이 살아가는 모순적인 삶을 가장 효과적으로 축약한 사태가 전쟁일 것이다.
니체의 관점으로 전쟁같은 이 세상을 살아가는 지혜, 즉 전략적 사고의 완성도를 분류해본다. 여기서 완성도라 함은 원하는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성공 확률 정도로 이해하면 될 듯 하다.
레벨1 - 현학
현란한 수식과 논리, 그리고 앞선 지식이면 된다고 믿는 단계다. 컨텐츠는 멋지지만, 산전수전 다 겪은 그래서 경륜이 있는 사람들을 설득하기에는 벅차다.
레벨2 - 심플
그래서 이기려면, 그래서 돈을 벌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에 온갖 buzz words들을 수렴시키고 눈 앞과 미래의 사태를 레고조각처럼 단순화하여 펼쳐 놓은 후 이렇게 또는 저렇게 끼워맞추면서 논의를 하고 결론을 도출한다.
하지만, simplified된 조각은 현실의 축소물이 아니라 그냥 레고 조각일 뿐이다. 똑똑한 사람들을 설득할 수는 있으나, 설득과는 별개로 설명과 설득이 난망한 현실이라는 괴물 앞에서는 무력화되기 쉽다.
레벨3 - 관조
다면적으로 해석과 이해를 시도하되 모순적인 현실을 그대로 인정하고 (굳이 명료하게 정리하고 설명하려는 강박을 극복하고), 현 시점에서 최선인 Action Item을 선정하고 추진한다. 그리고 시장의 모순적인 반응을 온 몸으로 흡수하면서 시장과 함께 진화한다.
 
모순을 없애기 위한 노력 보다는 내 주변에 존재하는 모순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그러한 모호한 상황 속에서의 균형감각과 실행력을 갖추고 계속 새롭게 직면하는 모순에 대해 적응하면서 진화하는 것이 전략적 사고의 궁극의 모습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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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순을 받아들인다는 것은 사태의 다양한 국면을 동시에 받아들인다는 것을 가리킨다. 그것은 넓고 깊은 안목과 포용력을 지닌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일로서 수준 높은 문화의 징표가 된다.
단순한 사람은 매사 이것 아니면 저것이다. 참 아니면 거짓, 선 아니면 악이다. 이와 달리 생각이 깊은 사람은 그 같은 이분법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그 대신에 모순 관계를 통해 사태를 다면적, 역동적으로 파악한다.
단순화에 대한 우려에서 자기모순을 원하여 불러내기까지 한다.
모순을 끌어들여 사태에 생명을 불어넣으려는 것이다. 이에 니체는 누구보다도 많은 모순을 갖고 있는 사람이 더없이 현명한 사람일 것이라고 했다.
잠시도 쉬지 않고 변화하는 세계를 있는 그대로 포착하려면 우리는 먼저 논리적이어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야 한다.
사태를 정지시켜놓고 보는 평면적이고 피상적인 논리의 틀을 뛰어넘어 논리 저편의, 모순에 의해 전개되는 변화의 세계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야 한다."
- 정동호 'Nietsche' p.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