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차 세계대전 내내 일본 육군과 해군은 서로 다투며 시너지를 내지 못했다.
형식적으로는 '대본영'이라는 상위 조직이 있기는 했으나, 육해군의 통수를 양자의 '타협'에 맡긴다는 규정이 있었을 따름이었으니 대본영도 실질적인 통합 기능을 수행하지 못했다.
태평양 위에 뿌려진 수많은 섬과 바다 위에서 미군은 육해공이 시너지를 내면서 공격하고 있으나, 일본 육군은 '장기 지구전 테세 확립'을 해군은 '선제 공격'을 전략적 방향성으로 유지하고 있었으며, 양자간의 마찰과 대립은 끊이지 않았다.
이때, 양자 간의 타협을 이루어내야할 권한은 오로지 '천황'에게 주어져 있었으나, 천황이 그 위상을 고려할 때, '각론'에 대한 중재에 나설 수 없었고, 설사 중재에 나선다고 하더라도 옳은 결정을 내리기에 필요한 역량을 보유하고 있지 못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을 몇가지 생각해보면
1. 인적 해결
: 육군과 해군 모두에게 신망을 얻는 '인물'에게 조정을 맡긴다
2. 조직에 의한 해결
: 상위 조직을 만든다
3. 규정에 의한 해결
: 조직간 이견이 발생될 때, 권한을 누구에게 부여하는지 명시한다.
우선, 1번 인적 해결은 답이 되기 어렵다. 양쪽 모두의 의견을 듣고 절충한 것에 대해서 조직 내에서는 만족할 수 있을 지 모르지만 조직 밖에서도 여기에 유효한 반응을 하는 것은 별개의 이슈가 된다.
2번 조직을 만든다고 해서 해결되지 않는다. 서로 싸우던 둘이 이제 한쪽을 비난하는 방식으로 바뀔 따름이다.
3번 방식으로 무조건 한쪽 손을 들어주는 것도 답은 아니다. 조직을 위축시킬 위험이 있다.
1~3번 모두 문제의 원인에 직접 접근하지 못했기 때문에 답이 될 수 없었다.
문제의 근본 원인은 '천황'에게 있었다.
천황이 리더로서의 '지위'에는 올라와 있었으나 리더로서의 '기능'을 할 수 없었기 때문에 일본군은 리더가 없는 조직으로서의 한계에 봉착할 수 밖에 없었다.
전쟁 이전에는 명목상의 리더 아래에서 호가호위하는 2인자가 충분히 권한을 행사하고 조정기능을 수행할 수 있었으나, 의사결정 하나하나가 중차대한 사태를 즉각적으로 초래하는 전시 상황에서 '호가호위 2인자'는 목소리를 낮추고 겸양의 미덕 뒤에 숨게 되는게 자연스러웠다.
실제로 일본 육해군 합동 작전 요강의 제1항은 "영국을 굴복시키고 미국의 전의를 상실시키기 위해서 이미 얻은 전과를 계속 확충해 나가는 장기 불패의 전략 태세를 갖추며, 동시에 기회를 노려 적극적인 방책을 강구한다"와 같은 도저히 뭘 어떻게 하라는 건지 알 수 없는 모호한 단어로 채워져 있었으나,
당시의 도조 총리는 이에 대해 "도대체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며 불만을 털어놓을 뿐, 구체적인 액션을 취하지 않았다.
리더가 없으면 리더를 세우면 되지만, 리더가 실질 권한은 없는 명목적인 형태로 존재하거나 권한은 있으나 행사할 수 없는 신화적인 형태로 존재하거나, 권한을 행사할 수 있으나 역량을 갖추지 못하거나, 역량은 있으나 책임으로부터는 자유로운 예외적 지위로 존재하면 조직은 효과적으로 기능할 수 없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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