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비즈니스 단상

출발점으로서의 '나'와 '우리 회사'를 어떻게 규정할 것인가?

by pied_piper33 2024. 10. 15.
"우리의 삶은 타자와의 만남에서 시작된다. 그 만남이 우리를 '주체'로 분리시키고 자리 잡게 한다. 내 삶에서조차 내가 먼저일 수 없는 것이다. 나의 삶은 타자의 호소나 명령에 응답함으로써 비로소 가능해진다.

인식이 먼저가 아니라 반응이 먼저다. 또 그 반응은 내가 아닌 타자와의 관계를 전제하기에, 타자를 받아들이는 감성이 계산하고 판단하는 이성에 우선한다. 주체 자체가 타자에 의해 형성되고 성립된다. 레비나스에게서 무게의 중심은 동일자로서의 주체가 아니라 타자에게 놓인다."

- 문성원, '타자와 욕망-에마뉘엘 레비나스의 '전체성과 무한' 읽기와 쓰기' 중에서

데카르트가 말한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는 얘기를 곱씹어 생각해보면, 나의 존재가 과연 '생각'하는 이성에 의해서 전부 다 규정될 수 있을 것 같지 않다.

오히려, 사람들은 무의식과 충동에 의해서 더 많은 선택을 하고 소위 '이성'으로 그것의 정당성을 부여하고 포장하는 방식으로 행동하는 것이 더 일반적이지 않은가?

또 하나를 짚어 본다면 타인 또는 외부 세계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았다면.. '나'라는 단어 또는 표현이 성립될 수 있었을까 생각해보자.

나 자신의 연장 및 확대로서 타인과 외부세계가 존재한다면 '나'라는 단어 자체가 필요 없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즉, '나'의 존재가 가능하기 위한 그 첫번째 조건은 바로 타인의 존재라고 봐야 한다.

내가 누구인지 모르고 또한 내가 서있는 자리의 좌표가 명확하지 않은 상태에서는 길을 떠날 수 없고 떠나더라도 원하는 목적지에 도달하기 어렵다.

레비나스는 '나'를 규정하기 위한 필요충분 조건으로 '타인'을 제시한다.
기업에게 있어서 타인은 누구일까..

대부분의 기업은 '우리 회사'와 '우리 회사의 비즈니스' 그리고 '우리 회사의 구성원'에 대해서는 이미 알고 있다는 전제에 대해서 의심하지 않는다.

순서를 바꾸어 보자.

우리 회사의 상품 또는 서비스를 구입해주는 고객과 이미 떠난 고객이 누구이고 왜 떠났고 어떻게 변해가고 있는지 정리해보자.

그 다음 순서로, 우리 회사는 그리고 우리 회사의 구성원은 그 변화에 어떻게 의식적으로 또는 무의식적으로 (보다 정확하게는 관성적으로) 반응하고 있는지 정리해보자.

타인으로부터 시작하는 이런 방식으로 이마트를 '재정의'해보면, 이마트는 '대량의 소비재를 싸게 사서 싸게 파는 오프라인 대형할인점'이 아니라,

'하루종일 스마트폰을 쳐다보고 있는 고객이 스마트폰으로 정보를 얻고 스마트폰에 의해 욕망이 형성되고 스마트폰으로 소비행위를 하고 있는 세상에서, 비즈니스 밸류체인 상의 모든 단계에 고객의 스마트폰이 개입되지 않으며, 스마트폰을 단지 부수적인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으며, 모바일을 기반 경쟁사로 인해서 지속적으로 입지가 좁아지는 유통업체이며 그럼에도 구성원들 스스로 자신들이 유통의 전문가라고 인식하고 있는 회사' 정도로 정의할 수 있을 듯 하다.

'대량의 소비재를 싸게 사서 싸게 파는 오프라인 대형할인점'으로 자신을 정의하는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에서는 아마도 혁신의 목표 또는 이니셔티브가 다른 모습으로 결정되지 않을까 싶다.

다시 데카르트로 돌아가보자.

나의 '의식'으로 확인되는 '나의 존재'는 세상과 분리된 외골수의 존재이며 세상에 영향력을 끼칠 수 없는 존재에 불과하다.

'타인'으로부터 출발하여, 나의 의식과 무의식이 모두 고려되었을 때.. 비로소 세계와 관계 맺을 수 있는 유의미한 '나의 존재'가 시작될 수 있다.

'비즈니스 단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리더쉽의 전술적 지위  (0) 2024.10.15
혁신의 Enemy 3 - 계급  (1) 2024.10.15
원인 분석의 오류  (0) 2024.10.15
도덕의 쓸모  (1) 2024.10.15
장점에 대한 존중  (1) 2024.1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