夫兵者 不祥之器
부병자 불상지기
노자는 '무기'에 대해서 상서롭지 못한 도구라고 정의한다.
전쟁은 상대에게 치명적인 상처를 주거나, 심지어 죽여서 무력화시키는 게임이고 그 전쟁의 도구가 바로 무기인 것이다. 무기가 상서롭지 못하다는 것은 어쩔 수 없이 필요악으로 사용할 뿐이지 그것을 통해 '행복'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뜻으로 이해할 수 있다.
戰勝以喪禮處之
전승이상례처지
그래서, 노자는 전쟁에서의 '승리'를 상례(喪禮)로 다루어야한다고 가르친다. 내가 죽을 수는 없으니 적을 죽였을 따름이다.
죽음은 인간이 경험할 수 있는 극한의 절망적 상황이다. 내가 죽인 적의 죽음 앞에서 나의 승리를 기뻐하기 보다는 피하지 못한 비극을 슬퍼하는 것이 옳다.
문제는 Win-Lose 또는 Lose-Lose 게임인 전쟁의 도구, 가급적이면 사용하지 말아야하는 상서롭지 못한 수단인 무기를 Win-Win 게임인 협상에서 사용하는 상황에서 발생한다.
협상을 통해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하는 사람들이 토론하는 과정을 지켜보면 거의 공통적으로 자신이 가지고 있는 협상의 우위(무기)를 사용하여 상대의 약점을 은근히 또는 노골적으로 공략한다. 약점을 공격 당할 때 사람들은 대부분 그 자리에서는 움찔하고 한걸음 물러나지만 나중에 더 강하게 저항하게 마련이다.
내가 아무리 강하더라도 상대방이 이 악물고 저항하면 나역시도 상처를 받을 수 밖에 없고, 그렇게 얻은 승리는 승리가 아니다. 오히려, 더 큰 보복의 단초를 열어두었을 따름이다.
물론, 상대방의 약점을 파악하고 그 메커니즘을 분석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다만, 윈-윈을 원한다면 그 분석의 결과물을 활용하여 그 상대방을 공격할 게 아니라 오히려 돕고 보완해주는 노력을 할 필요가 있다. 아니면, 돕지는 않더라도, 무심코 지적해서 분노하게 만드는 실수는 피할 수 있다.
협상의 명수는 협상에 실패하여, 그 테이블을 통해 기대한 결론이 도출되지 않더라도 대신에 얻고 가는 것이 있다. 신뢰/덕망/믿음 등등과 같은 자산이다.
그러면 다음 협상에서는 좀 더 확률이 높아진다.
무기는 상서롭지 못한 도구이니 누구 한쪽이 죽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 아니라면 사용해서는 안된다. 그리고, 죽여야 하는 상황에서도 칼은 칼 집에 넣어 두었을 때 가장 강력하다.
살면서 살인을 해야할 일이 있을까? 대부분의 사람에게 '살인'의 상황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무기'는 잊고,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그래야 상서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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