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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기의 즐거움

상대평가의 저주 - 우치다 다츠루 '로컬로 턴'

by pied_piper33 2025. 1. 6.

조직을 운영하는 나의 중요한 원칙 중의 하나는 80:20 법칙의 부정이다.

20%의 우수인재가 성과의 80%를 만들어낸다는 이 미신적인 원칙은 '상대평가'라는 괴물이 생명력을 유지하는 중요한 근거가 되어왔다.

스타트업을 창업하고 경영해본 사람이라면 한사람의 인건비를 마련하기 위해서 얼마만큼의 고통이 수반되어야 하는지 안다. 80%의 유휴인력을 상상할 여력은 없다. 경영은 보유 인력의 100%가 1000%의 성과를 만들어내지 않으면 망하는 게임이다.

하지만, 상대평가는 내 옆의 동료보다 내가 더 뛰어나야만 승리하는 룰로 움직인다. 당연히, 20%의 승리는 80%의 패배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우치다 다츠루는 책 '로컬로 턴'에서 이렇게 묘사한다.

"승자에게는 보상, 패자에게는 처벌이라는 규칙으로 집단을 관리하면 각각의 구성원은 다른 구성원들이 자기보다 우둔하고 무능하기를 바라게 됩니다. 그래야 자신에게 유리하니까요. 하지만 그렇게 구성원들이 서로 성장을 방해하면 집단 자체에는 어느새 쓸모없는 인간들만 남게 됩니다. 물론 '약간 쓸모있는 인간은 선택과 집중의 혜택을 볼 수도 있겠지만, 집단은 외부로부터의 일격 만으로도 무너지기 쉽습니다"

나와 함께 일하는 모든 구성원 한명 한명이 서로 다른 개성을 가지고 있으며 서로 다른 가치를 만들어내고 있으면 '상대평가'는 무의미한 이론이 된다.

상대평가가 사라진 공간에는 협력이라는 새로운 가능성이 자랄 수 있다. 옆 사람이 뛰어나게 '기능'할 수록 내가 일하기 편해진다. 당연히 동료가 더 일을 잘할 수 있도록 돕는게 이익 극대화 또는 개인의 이기적인 욕망에 부합된다.

투기는 '호구'를 필요로 하고, 투자는 '인재'를 필요로한다는 말이 있다.

'호구'를 부르는 방식의 기업 경영은 결국 투기로 귀결된다. 아주 가끔 큰 돈을 버는 사람이 나오기는 하지만 대부분 패가망신의 운명을 피하지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