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기가 고통스러운 것은
책읽기처럼 세계를 살 수가 없기 때문이다.
책 속에서 읽은 대로 세계를 이해할 수는 있지만,
그 결과가 반드시 행복스러운 것은 아니다.
한가지 분명한 것은
세계가 책 속에서 이야기되는 것처럼 선명하지 않다는 것이다.
분명하지 않은 세계 속에서 분명하게 살 수는 없다.
우리는, 아니 적어도 나는 방황할 따름이다.
그 방황을 단순히 책상물림의 지적 놀음이라고 폄하할 수 있을까?
그런 질문을 근본적인 질문으로 받아들인다는 점에서 나는 내 자신이 불행이고 결핍이다.”
- 김현, ‘책읽기의 괴로움’ 中에서
평론가 김현의 글에서 ‘책 읽기’에 천착하는 내 욕망의 메커니즘을 들켜버렸다.
김현은 잔인하다.
‘별과 책과 고향은 다 같이 비현실적이며, 아름답게 빛난다. 책읽기는 소년기의 별이며, 고향은 청년기의 별이다’라고 굳이 선을 그으면서 청년기를 지나서도 별을 꿈꾸는 나의 퇴행을 비난한다.
그의 고백을 흉내내어 나도 이렇게 몰래 되뇌일 수 밖에 없다.
‘적어도 나는 방황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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