某 그룹의 계열사 대표이사를 채용하는 면접장이었다.
"장기진님은 본인 스스로 어떤 부문의 전문가라고 생각하시나요?"
전문가라..
・IMF시절에 구두가 닳도록 거리를 걸으며 가맹점 유치 영업을 하면서 사회생활을 시작했고,
・콜센터가 전산화되는 시기에는 CTI 구축에 참여했고,
・코딩을 배워서 데이터를 분석했고,
・마케팅을 기획했고,
・온갖 기업을 위해 경영 컨설팅을 했고,
・경영 관리를 하면서 조 단위 돈을 만원 단위로 챙겼고,
・M&A를 했고,
・DevOps 솔루션을 개발하는 스타트업을 창업했고,
・오픈 이노베이션을 했고,
・공무원들과 지자체 의원들과 밀당을 했고,
・온갖 법률 분쟁와 규제 이슈에 대응하고,
・생산~물류~유통을 최적화시스템을 만들었고,
・개발자 커뮤니티를 운영하면서 상업 서비스와 공익 서비스를 개발하고,
・급기야 AI 솔루션 개발...을 하는데까지 이어진 내 이력서를 훓어보면 당연히 나올 수 있는 질문이다.
한두번 격는 상황은 아니지만 언제나 난감하다.
"굳이 한단어로 정의하자면 '혁신 전문가'라고 할 수 있습니다"라고 답하기는 했으나 혁신이라는 단어가 적절하지 않다는 생각에 마음 속 어딘가가 부대끼는 느낌이 들었던 것도 사실이다.
워런 버핏과 함께 버크셔 해서웨이라는 위대한 기업을 일구어낸 찰리 멍거는 이렇게 말한다.
"기업에서 최악의 기능 장애는 문제를 영역성과 구역 보호 습성 등을 지닌 작은 개별적 부서로 나누는데서 비롯됩니다. 생각을 잘하고 싶다면 관할 영역을 뛰어넘을 수 있는 사고력을 길러야 합니다"
문제는 언제나 복합적이기 때문에, 문제를 해결하려면 복합적인 사고를 할 수 있어야 한다. 즉, 개별 영역에서 전문가가 필요한 만큼 또는 그 이상으로 전체 영역을 종합적으로 이해하고 문제해결을 시도하는 통합 영역의 전문가도 필요하다는 의미로 이해할 수 있겠다.
다시 그 질문을 받는다면 이렇게 답을 해야할 듯 하다.
"문제 해결 전문가입니다"
나를 정확하게 표현하는 한마디이기는 하나, 통합적 시야로 문제 해결하는 것을 누가 전문 영역으로 인정해주겠는가? 결국 문제 해결 전문가로 자처하면서 정작 자신의 문제는 해결하지 못하는 딜레마에 빠지고 만다.
호박에 줄을 그어줄 또다른 전문가가 필요할 수도 있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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