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역의 12번째 괘 부(否)는 소통의 단절을 이야기한다.
원활한 소통을 보여준 태 괘가 땅이 하늘 위에 올려져 있는 부자연스러운 형상이었다면,
부 괘는 땅이 아래에, 하늘 위에 배치된 자연스러운 형상인데 주역의 저자는 이 자연스러운 형상을 통해서 '소통의 단절'을 논한다.
하늘이 하늘로서 살아가고, 땅이 땅으로서 살아간다면 굳이 대화가 필요하지 않다. 자연은 그럴 수 있다. 하지만, 사람은 그럴 수 없다는게 주역의 아이디어이다.
누가 영원히 하늘이고 누가 영원히 땅인가? 어제와 오늘이 다르고 내일은 어떻게 변화할지 아무도 알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소통이 이루어지려면 하늘과 땅이 뒤집힐 수 있음이 전제되어야 하고,
하늘과 땅이 고정된 상태에서는 의미있는 소통은 불가능하다.
만약, 당신이 하늘과 땅이 고정되었다고 믿는 사람들 사이에 처하고 있으면 어떻게 해야하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통을 시도해야 하는가?
철저히 형이하학적인 실용성을 추구하는 주역은 굳이 그럴 필요 없다고 가르친다.
"꽉 막힌 상황 속에서는 인간됨을 유지하기 어렵다. 군자가 자신의 뜻을 관철시키려하면 불리한 상황에 빠지고, 결국 큰 것을 잃고 작은 것을 얻게 된다 (否之匪人 不利君子貞 大往小來)"
그러면 어떻게 하라는 말인가?
우선 나와 뜻을 함께 하는 사람을 찾아서, 그 무리 속으로 피해있으면서 시간을 벌어야 한다. 곡학아세 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옳은 말을 해봤자 무의미하니 달리 도리가 없다. 소인이 다스리는 세상에서는 안되면 되게 할게 아니라, 될 수 있는 세월이 다시 올 때까지 현명하게 기다려야 한다.
움추려 있는 동안, 과연 내 뜻이 옳기는 한지 스스로 뒤돌아 보아야 한다. 그리고 자신이 위태로운 상황에 처해있음을 솔직히 인정하면서 행동을 삼가는게 바람직하다.
소인의 시대를 살아가는 군자를 지켜주는 건, 하늘의 뜻(명 命) 하나 밖에 없다. 군자임을 자청하고 있지만 더 옳고 바른 생각을 가지고 있지 못하면 소인보다 못하다. 단지, 죄를 지을 기회를 얻은 소인과 기회를 얻지 못한 소인의 차이가 있을 따름이다.
그렇게 스스로를 다스리면서 기다리다보면 세월이 흘러서 다른 세상이 찾아온다. 그때 하늘은 군자에게 물어볼 것이다. 당신은 기회를 사용할 자격이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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