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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 단상

질문 공격의 잔인함과 비효율

by pied_piper33 2024. 11. 12.
윗 사람은 묻고 아랫사람은 대답을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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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랫사람의 대답을 듣다가 윗사람이 예리한 질문을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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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랫사람은 땀을 뻘뻘 흘리면서 대답하고 다시 윗사람은 더 예리한 질문을 한다.
 
이런 질문 공격이 몇번 반복되다보면 아랫사람의 밑천은 떨어지기 마련이다. 이제 윗사람은 보완해야 할 점을 몇가지 짚어주면서 다시 보고하라고 지시한다.
 
어렸을 때는 이런 상황을 접할 때마다,
윗분은 매우 명석하고 논리적으로 탄탄하지만 이에 비해 아랫사람의 준비가 부족했다고 이해했었다.
 
과연 그럴까?
 
세월의 풍파 속에서 여러 역할을 겪어 본 후 이제사 알게 된 건, 위의 상황은 문제 해결을 위해 필요한 정보를 적게 보유한 사람이 더 고급 정보를 가진 사람에게 대안을 먼저 설명하게 되면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이슈일 뿐,
 
논리력과 아이큐 그리고 보고 준비 상태와 직접적인 관련성이 있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는 것이다.
(머리 나쁜 상사도 똑똑하고 성실한 부하를 질문 공격으로 박살내는 걸 수없이 목격했다)
 
정보량이 많은 사람이 정보량이 적은 사람에게 가하는 질문 공격은 잔인하기는 하지만 윗 사람 입장에서는 사실 꽤 즐거운 게임이기도 하고, 부하직원을 굴복시켜서 조직 구성원을 내 말 한마디에 벌벌 떨게 만드는데 효과적인 도구이기도 하다.
 
하지만, 짧은 시간에 최소한의 자원을 투입해서 탁월한 대안을 도출하는 방법론으로 이 방법이 최선이라고는 동의 할 수 없다.
 
윗사람이 자신이 아는 것 전부를 실제로 일을 수행하고 대안을 도출하고 실행안을 설계해야 하는 아랫사람에게 미리 말해 주면 안되나?
 
그리고 윗사람 마음 속에 몰래 그리고 있는 밑그림을 (아랫사람이 비슷한 걸 그려올 때까지 이슈 지적만 하고 기다릴게 아니라) 아랫사람에게 미리 말해주고,
 
아랫사람으로 하여금 그 아이디어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공격하게 만들고 윗사람이 방어하는 방식으로 토론하면 안되는걸까?
 
물론 윗사람 아랫사람이라는 구분 자체가 문제가 많다. 기능과 역할이 다를 뿐이다.
 
정보 비대칭으로 인한 토론의 비효율과 수직적 인간관계에 따른 왜곡을 없애기 위해서는 윗사람 아랫사람의 개념이 기능과 역할로 재정의되어야 한다.
 
서로 죽고 죽이는 결투의 관계가 아니라
함께 성과를 만들어야 하는 동료이고 식구라면
많이 아는 사람이 그리고 우월한 위치에 있는 사람이
당당하게 자신의 패를 먼저 보여주고 스스로를 공격과 비판에 노출시키는 것이 성과의 관점에서는 훨씬 더 효과적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