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카티 피펜의 자서전 '언가디드'에는 이런 얘기가 나온다.
우승의 문턱에서 번번히 마이클 조던의 앞길을 막았던 디트로이트 피스톤즈의 작전은 간단했다.
1. 마이클 조던이 공을 잡으면 그가 점프하지 못하도록 공동으로 막고 바닥에 쓰러질 때까지 밀어붙여라.
2. 그리고 그 수비를 뚫고 그가 점프하면 (어차피 성공할 테니) 그냥 잊어라.
인류 최고의 농구 스타 마이클 조단을 보유했으나 NBA 우승은 하지 못하던 시카고 불스를 우승팀으로 만들기 위해서 필 잭슨 감독이 가장 먼저 해야했던 조치는 마이클 조던으로 하여금 슛을 덜 쏘게 만드는 것이었다.
어떤 수비도 뚫을 수 있고 아무리 강한 상대의 공격도 막을 수 있는 마이클 조던의 손과 발을 묶는 듯한 이런 요구에 당연히 마이클 조던은 반발할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결국 마이클 조던은 필 잭슨의 요구에 수긍했고 스스로 '신'의 자리에서 팀의 일원이 되는 '인간'의 자리로 내려왔다.
이제 시카고 불스는 신이 다스리던 원맨 플레이에서, '신급 인간'이 적극적으로 기여하는 협력 플레이의 팀으로 변신할 수 있었고 자연스럽게 NBA는 시카고 불스의 세상이 되었다.
너무나 당연한 얘기이지만, 팀보다 강한 개인은 없다.
개인의 욕구 해소를 위해서는 개인 차원의 최적화가 필요하지만, 팀의 목적 달성을 위해서는 팀 차원에서의 최적화가 필요하다.
기업들은 과연 팀 차원에서의 최적화가 되어있을가? 최적화가 어떤 방식으로 되어있는지 파악하는 방법은 생각보다 간단하다. 구성원들의 대화 속에 빈번히 등장하는 키워드를 들어보면 된다.
'시장', '고객', '경쟁사', '시도'가 많이 등장하는 기업은 팀 차원에서 최적화가 되었다고 봐도 무방하다. 공동의 적을 향해 함께 힘을 모아 달려가고 있으면 이런 단어가 반드시 등장하고 지배적인 가치가 된다.
반대로, 팀 차원에서의 최적화가 되어 있지 않은 곳에서는 '요구', '보고', '승인', '지시 사항'이 구성원의 입에 주로 오르내리는 단어가 된다.
가장 유능한 사람의 '요구'와 '지시'를 수행하는 것은 단기적으로 꽤 효과적이다.
문제는 기업이 무언가를 시도하고 이윤이라는 결과를 얻고 지속시키는 과정은 매우 긴 호흡의 마라톤이며, 그리고, 제대로된 작전을 수립하고 실행과정에서 발생되는 무수한 문제를 현장에서 해결하면서 돌파하기 위해서는 개인에게 기대할 수 있는 최대 200의 아이큐로는 부족하고 집단 지성으로 모여진 최소 500이상이 필요하다는 사실이다.
다시, 시카고 불스와 마이클 조던으로 돌아가보자.
팀의 일원이 된 마이클 조던은 이제 공을 잡으면 골대를 향해 돌진하지 않았고, 자신만큼의 역량을 보이지 못하는 동료를 꾸짖고 모욕하지 않았다.
마이클 조던도 상대 진영에서 누가 되었든 공을 잡으면 3명의 선수가 동시에 한몸으로 움직이면서 빈틈을 찾고 슛을 하기전에 3번이상의 패스 워크가 이루어지는 소위 트라이앵글 오펜스 플레이의 일원이 되었고, 마이클 조던만 뛰어난 팀에서 팀 구성원 전체가 유기적으로 효과적으로 움직이는 뛰어난 팀으로 시카고 불스가 다시 태어날 수 있도록 기여했다.
뛰어난 선수와 위대한 선수를 가르는 건, 결국 '팀 플레이'에 대한 이해와 동의 그리고 공감이라고 봐야 한다.
개인의 역량이 훌륭할수록 여기에 수긍하기 어렵다. 그래서 뛰어난 선수는 많아도 우승에 기여하는 위대한 선수는 드물 수 밖에 없다.
* 참고로 나는 마이클조던보다는 스카티피펜을 그리고 스카티피펜보다는 데니스 로드맨을 더 좋아하고 그들이 마이클조던보다 훨씬 더 위대한 스포츠 스타라고 생각하고 있다.
* 시카고 불스가 매우 어려운 상황을 극복해나가야 하는 절체절명의 상황에 처했을 때, 방송 카메라를 통해 화면에 클로즈업된 필잭슨 감독은 언제나 껌을 씹으며 남의 경기를 보고 있는듯한 편안한 모습이었다. 하긴, 팀 선수 한명 한명이 전체의 움직임 속에서 자신의 역할을 창의적으로 수행하고 있으니 딱히 고민할 것도 없었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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