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 읽기의 즐거움

혁신을 망치는 비결 - 이종오 '후흑학'

by pied_piper33 2024. 10. 29.
이종오는 책 '후흑학'에서, 자리를 보전하는 여섯가지 비결과 일을 처리하는 두가지 원칙을 제시한다. 이종오의 비결과 원칙을 따를 경우, 조직의 구성원은 자신의 자리를 안전하게 유지하는데 성공할 수 있지만 조직은 망하는 수순을 밟게 된다.
 
이종오는 이 여섯가지 비결과 두가지 원칙을 마치 C.S.루이스가 '스크루테이프의 편지'에서 한 것처럼.. 악마의 속삭임을 반어법적으로 제시한 것이 아니라, 실질적인 실행 강령으로 가르친다.
 
실제로, 조직의 많은 구성원이 묵시적으로 이종오를 따를 경우, 조직에서는 어떠한 혁신 활동이 시작되더라도 결국은 (혁신가 이외에는 모두가 안전한) 아름다운 모습으로 무력화되는 결과를 맞게 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가치의 생산을 통한 조직의 성장을 추구하는 혁신가나 자리보전에 전념해야 하는 분들 모두에게 이종오의 비결과 원칙은 귀기울일 만한 것일 수 있다.
 
우선 자리를 보전하는 여섯가지 비결을 알아보자.
 
1. 공 (空, empty)
    : 업무 결과물에 구체적인 내용 또는 컨텐츠가 담기면 안된다.
 
하급 관청의 질의에 대한 상급 관청의 답변이 좋은 사례가 될 수 있다. 언제나 내용은 없고, 묘한 뉘앙스만 담긴 경우가 많다. 이래도 되고 저래도 되지만, 사고나면 하급관청 책임이다와 같은 모호한 서술로 구성되기 마련이다.
 
즉, '우리'는 어떻게 해야한다. '내'가 어떻게 하겠다. '내'가 결과에 책임지겠다와 같은 내용은 없어야 한다.
 
2. 공 (恭, courteous)
    : 상사 그리고 상사와 친한 사람들에게는 언제나 비굴할 정도로 예의범절을 챙겨야 한다.
3. 붕 (繃, blunt)
    : 권위를 과시하라.
 
이종오 시대의 속어에서는 '뻣뻣하게 군다'라는 뜻으로 쓰였다고 한다. 이는 아랫사람을 대하는 대하는 태도를 말하는데, 외관으로는 위엄을 갖춘 큰 인물이라는 인상을 풍겨서 범접하지 못하게 만들고, 어투로는 위대한 인물로 여기도록 만드는 것이다.
 
이를 위해, 아랫사람에게는 뻣뻣하게 굴어야 한다. 상사이지만 실제로 내 밥줄을 끊을 수 있는 권한이 있는 사람에게도 동일하게 적용한다. 다만, 아랫사람이지만 실질적인 권한을 쥐고 있는 것이 확인되면 얼른 태도를 바꾸어 비위를 맞춘다.
 
4. 흉 (兇, evil)
     : 눈 감아라.
 
내 목적만 달성할 수 있다면, 어떠한 비도덕적인 사고가 발생해도 상관하지 말아야 한다.
 
5. 농 (聾, blind)
     : 못 본체 하라.
 
남이 헐뜯고 비방하더라도 눈감고 못 본 체하는 자세를 의미한다.
6. 롱 (弄, bribe)
     : 구체적으로 아부하라.
 
힘이 있는 사람에게는 '선물'로 환심을 사야한다.
 
.
 
이제 성과가 나든 안나든 나만 안전할 수 있도록 일하는 원칙을 알아볼 차례이다.
 
1. 거전법
    : 결과에 책임지지 않으면서 정당성을 확보하라.
 
어떤 사람이 화살을 몸에 맞고 외과를 찾아갔는데, 외과 의사는 화살대만 톱으로 잘라내고 치료비를 요구하는데, 왜 화살촉을 뽑지 않느냐는 질문에 외과의사는 그건 내과 의사의 일이니, 내과를 찾아가 뽑으면 된다고 친절히 안내했다고 한다.
 
'어떤 부분은 내가 처리해 줄 테니, 나머지는 다른 분과 상의하시면 됩니다' 라는 방식으로, 일 전체에 대한 책임은 회피하면서, 내가 해야할 것은 했다는 정당성은 확보하는 방식으로 일을 처리해야 한다는 원칙이다.
 
2. 고과법
     : 밀당해서 뭐라도 얻어내라.
 
누가 어떤 문제 해결을 부탁했을 때, 즉시 대응하지 않고 미적거리면서 문제를 약간 더 키운 후에 더욱 큰 보상을 받아낸다.
 
(공통)
여섯가지 비결과 두가지 원칙 모두 '인의예지'로 포장하여 실행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