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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기의 즐거움

적을 분석해보자 - 오기 '오자병법'

by pied_piper33 2024. 10. 30.
적은 누구인가?
 
손자병법과 오자병법에서 적(敵, opponent)에 대해 서술한 부분을 한번 들여다 보면,
 
우선 손자병법,
 
"그러므로 말한다.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 번 씨워도 위태롭지 않을 것이다. 적을 알지 못하고 나만 알면 한 번은 이기고 한 번은 지게 될 것이며, 적을 알지 못하고 나도 알지 못하면 사울 때마다 반드시 위태롭게 될 것이다 知彼知己 百戰不殆 不知彼而知己 一勝一負 不知彼不知己 每戰必殆"
 
손자병법의 저자 '손무'는 적을 안다는 것은 무엇이며, 어떤 방법으로 알 수 있는가 그래서 어떻게 싸워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설명하지 않는다.
 
오자(오기, 오자병법'의 저자)는 적을 의병(義兵), 강병(强兵), 강병(剛兵), 폭병(暴兵), 역병(逆兵)의 5가지 유형으로 분류하고 각각에 대한 핵심 대응 포인트를 제시한다.
 
오자의 제안은 군사력의 차이가 미미하거나, 오히려 아군의 전력이 열세에 있는 상황에서 싸워야 하는 경우,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승리를 얻어내는 방법이라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첫번째, 의병(義兵)은 옳은 뜻을 가지고 봉기한 군사를 의미함. 비록 나와 적대적인 관계이고 맞서서 죽기살기로 싸워야 하지만, 저쪽의 명분에 대해서는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상황이다.
 
오자는 의병에 대해서는 '예'로써 대하라고 설명한다.
 
서로 상대의 심장에 칼을 겨누고 있으나, 그 모든 과정에서 상대를 존중하는 표현을 해야한다. 이를 통해 상대의 증오심과 투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으며, 싸우지 않고도 원하는 것을 얻는 제3의 지대가 만들어질 수 있다.
 
두번째, 강병(强兵)은 자신의 '강한 힘'만 믿고 상대를 억눌러서 원하는 것을 얻으려고 일으킨 군사를 의미한다. 
 
오자는 강병(强兵)에 대해서는 '겸손함'으로 굴복시키라고 가르친다.
 
힘만 믿고 날뛰는 '양아치'에 대해서는 '겸손함'으로 승부해라..? 강병(强兵)은 정말 힘이 센 상대이나, 그 힘을 휘두르는 명분은 약하다.
 
강병(强兵)과 있는 그대로 정면승부를 해서는 큰 상처와 함께 패배할 수 밖에 없으니, 강병(强兵)이 스스로 빈틈을 보이거나 무너지도록 실수를 유도하는 방법이 최선의 대안일 수 있다.
 
강병(强兵)과 같은 양아치로 하여금, 더 많이 교만하고 자고하도록 더 스스로 우쭐거리고 힘을 휘두르고 그 과정에서 '실수'하도록 유도해야한다. 오자가 제안하는 '겸손함'은 상대방이 빈틈을 보이도록 유도하는 허허실실 전략에 다름아니다.
 
세번째, 강병(剛兵)은 분노에 의해 만들어진 군사이다.
 
어떤 이유에서이든 타오르는 분노가 모여서, 군사화된 조직을 의미한다. 오자는 이들과는 싸우지 말고 '말'로 설득하라고 조언한다.
 
내가 더 힘이 세더라도, 그 힘으로 억누르지 말고,
저쪽에서 먼저 칼을 휘두르더라도, 그 칼에 칼로 맞서지 말고,
대화를 제안하고 대화를 통해 화를 풀어주고 문제를 해결해야한다. 
 
분노로 일으켜진 군사는, 이기고 지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이렇게 사느니 한번 싸워보기라도 하려는 마음이므로 그들을 상대로 전쟁에서 승리하더라도 아군에도 피해가 크게 발생할 수 밖에 없다.
 
네번째는 폭병(暴兵), 폭병은 사람에 대한 '예'를 버리고, 부당한 이익을 탐하면서 일으켜진 군사를 의미한다.
 
오자는 폭병에 대해서는 '속임수'로 대하라고 조언한다.
 
불의한 이익을 추구하는 자들이므로, '더 큰 이익'을 '특별히 당신'에게만 주겠노라고 거짓말을 해서, 군대의 운용이 '전쟁의 승리'에 포커스되기 보다는, '전리품'의 크기에 포커스가 되도록 유도하여, 전쟁 수행을 최적화 구조에 균열을 일으키라는 얘기이다.
 
물론, 이들을 상대로 만들어낸 거짓말에 대해서는 전쟁 후에 지켜야할 이유는 없다.
 
다섯번째는 역병(逆兵), 역병은 나라가 어지럽고 백성이 고통을 겪고 있음에도 '명분'없이 일으켜진 군사를 의미한다.
 
오자는 이들에 대해서는 '권모술수'를 제안한다.
 
나라가 어지럽고 백성이 고통을 겪고 있다면, 그 나라는 전쟁을 수행할 역량이 되지 않는 상태에서 무리하게 군사를 일으킨 것이니, 내부적으로는 강등에 시달릴 수 밖에 없다.
 
이때 권모술수를 통해, 내부 분열을 유도하는 것이 역병에 대처하는 합리적인 수단이 될 수 있다.
 
사사건건 당신의 뒷다리를 잡는 강한 적이 누구인가 그들은 위의 분류에 따르면 어디에 해당하는가? 그리고 적들이 볼 때 당신은 또 어디에 해당할 것 같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