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자와 기업경영 20 - 기업이 해야하는 공부

絶學无憂

절학무우

 

새로운 개그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 똑똑한 사람들이 모여, 

 

1) 경쟁 방송사 '개그' 프로그램을 조사하고

2) 우리 방송사 '개그' 프로그램의 강점과 약점을 분석한 후

3) 우리 방송사가 나아가야할 비젼을 고려해서 '개그'전략을 수립하고

4) '개그' 아키텍쳐를 만들고.. 

5) '개그' 아키텍쳐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로드맵에 따라 외주 기획사로부터 '개그 컨텐츠' 제안을 받고

6) 외주 기획사가 만든 '개그' 컨텐츠 초안이 나오면

7) 방송사의 높은 어르신들께 중간보고를 하고 방송사 어르신들의 의견을 반영하여 외주 기획사에게 '개그' 수정을 요구하고

8) 이렇게 만들어진 '개그' 컨텐츠를 우리 방송사의 다른 프로그램과의 형평성을 고려하여 미디어에 뿌린다.

 

이렇게 '개그'를 짜면 사람들이 웃어 줄까? 

 

물론 웃어주는 사람들도 있긴 하겠으나 그 확률은 높지 않을 것이며, 납득할 만한 성과가 나오기는 어려울 것이다. 

 

노자는 ‘공부를 끊으라(絶學无憂)’고 가르친다.

 

더 좋은 개그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서는 웃길 줄 아는 사람들이 모여서, 서로 웃기면서 더 재미있는 개그의 가능성을 찾아야 한다. 

 

하지만, 웃기기 위해서 웃긴 사람을 모아서 서로 웃기면서 노는 것으로 ‘일’를 대신한다면 높은 사람들로부터 ‘일’을 안한다고 질책을 받을 수도 있다. 

 

방송사를 ‘기업’으로 ’개그‘를 ‘마케팅’으로 대체하면 어떻게 될까?

 

기업의 마케팅 담당자는 시장에서 고객을 관찰하고 경쟁사 제품의 고객이 되어보고 더 많은 사람을 만나기 보다는, 모니터 앞에서 ‘분석’하고 ‘기획’ 보고서를 작성하고 ‘보고’하는데 더 많은 시간을 투입하기 마련이다. 

 

이런 과정을 통해 현실 공간에서는 위의 1)~8)을 잘하는 사람이 높게 인정받고 더 큰 권력을 부여 받는다.

 

지속적으로 만들어지는 탁월한 기획이 탁월한 성과로 이어지지 않는 것은 그래서 자연스럽다.

 

我獨異於人

아독이어인

 

노자는 그래서 (엉뚱한 공부를 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나 홀로 이상한 존재가 되어버렸다(我獨異於人)’라고 탄식한다. 

 

본질에 집중하여 제대로 공부하는 사람들은 ‘이상한 사람’으로 취급받기 쉽다. 하지만 가치가 만들어지는 진짜 성과를 만들고자 한다면 이상한 사람이 되는 용기있는 선택도 필요하다.

 

而貴食母 

이귀식모

 

공부가 우환을 늘릴 따름이라는 선언으로 시작한 노자 20장은 그래서 나는 먹는 것과 먹이는 것을 귀하게 여긴다(而貴食母)라는 결론으로 마무리된다.

 

노자 20장은 공부를 부정하는 글이 아니다. 어떤 공부가 진짜 공부인지를 설명하는 글이다. 노자는 먹고 먹이는 공부가 진짜 공부라고 가르친다.

 

기업에게는 어떤 공부가 필요한가? 그리고 지금 당신은 무엇을 공부하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