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돌이가 되어서 정처없이 헤메는데 아무도 받아주지 않는다. 의도하지 않았지만 겸손하거나 비굴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쫓겨남에 뒤이은 장면은 57번째 괘 '중풍손'이다. 중풍손은 바람 위에 바람이 있는 형상이다. 뭔가 움직임이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손을 뻗어도 잡히는 실체가 없다. 주역은 이 장면에 '겸손(巽)'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강제로 무릎 꿇리는 상황에 처한다면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
이무인지정
利武人之貞
"무인의 올바름이 이롭다"
무인에게는 말보다 행동이 중요하다. 나를 변명하기 위해서 말을 많이 할 수록 초라해진다. 해야할 행동이 있으면 실천하고 없으면 가만히 있어야 한다.
빈손 인
頻巽 吝
"자주 겸손하면 민망하다"
겸손할 필요없는 상황에서 굳이 자신을 낮출 필요없다. 남발되는 겸손에 타인은 처음에는 민망해할 따름이다. 아무 의미없다.
손재상하 흉
巽在牀下 凶
"침상 아래로 내려와서 겸손하니 불길하다"
과도하게 겸손하는 것도 문제가 있다. 행운의 가능성을 없앤다.
회 망 무불리
悔 亡 无不利
"후회하지 않아야 불리함이 없다"
후회하면서 자책하는 것은 일시적으로 마음에 위로를 줄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과감하게 잊을 것은 잊어야 한다. 후회하는 시간만큼 리바운드의 시점이 뒤로 밀린다.
무초유종
无初有終
"시작은 없으나 끝은 있다"
언제 이렇게 되었는지 시작을 따져보아도 희미하다. 왜 무엇 때문에 이렇게 되었는지 곱씹어도 후회만 밀려올 뿐이다. 다행스러운 것은 끝이 있다는 것이다.
후회를 끊고 무인처럼 단단하게 마음을 잡고 한걸음씩 걸어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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