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역은 성공에 이어지는 다음 장면으로 '쫓겨남'을 이야기한다. 성공을 제대로 감당하지 못하면 곧 망하고 쫓겨나서 떠돌게 된다. 주역의 세계관에서 부자는 망해도 3대를 가지 못한다.
56번째 괘 화산려 火山旅는 산 위에 불이 있는 형상이다. 산은 불을 품으려고 하지만 산은 발이 땅에 붙어있어서 움직이지 못하고 불은 자유롭게 움직인다. 원하는 대로 되는 것이 없다.
쫓겨난 모습에 주역에 '려(旅)'라고 이름으 붙였는데, 시라카와 시즈카에 따르면 려(旅)는 깃발을 따라 사람들이 몰려다니는 모습을 담았다. 깃발이 희망의 상징으로 힘차게 휘날릴 수도 있고, 빛이 바래어 경멸의 대상이 되고 있을 수도 있다.
旅瑣瑣 斯其所取災
여쇄쇄 사기소취재
"인색하게 행동한다. 이것이 재앙을 일으킨다."
곳간에서 인심이 나는 법이다. 곳간을 버리고 떠돌아 다니는 사람에게 마음의 여유가 없다. 인색하게 행동하면서 인심을 잃으며 이로써 새로운 재앙의 불씨를 만든다.
왕필과 빌헬름은 쇄쇄(瑣瑣)를 중요하지 않은 잘고 잘은 일에만 집중한다로 보다 구체적으로 묘사한다. 결과는 같다. 인심을 잃고 새로운 재앙을 초래한다.
射雉一矢亡 終以譽命
석치일시망 종이예명
"꿩을 쏘았지만 맞추지 못하고 화살만 잃어버렸다. 결국 명예로운 운명으로 돌아간다"
석치일시망에 대해서는 다양한 해석이 있다.
정이천은 'one shot one kill로 꿩을 잡았다', 왕부지는 '활은 쏘았으나 잡지 못했다', 김인환은 '꿩을 맞추었으나 꿩이 화살을 맞은채 날아가 버렸다', 강병국은 '꿩을 잡기 위해서 화살을 하나 소모했다'라고 번역한다.
처지가 빈궁하다고 해서 사고까지 빈궁해지면 곤란하다. 몸은 겸손하게 처신하더라도 마음은 가야할 지향점을 바라보고 있어야 한다. 꿩은 궁극적으로 자기가 가야할 자리를 의미한다.
하지만, 당장의 마음을 위로하는 표피적인 유희에 몰두하기 보다는 가야할 길을 바라보고 활을 쏘는게 중요하다.
꿩은 잡을 수도 있고, 못잡을 수도 있다. 빈궁한 처지에 처하면 꿩도 내 화살을 잘 피한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으면 다시 명예로운 자리에 오르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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