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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기의 즐거움

당신은 어떤 쓸모를 가졌는가? - 장자 '인간세'편

by pied_piper33 2024. 10. 31.
장자 '인간세'편에는 커다란 상수리 나무 얘기가 나온다.
 
둘레가 백 아름이나 되고 키는 웬만한 동산보다도 높아서 주위에 구경꾼들이 끊이지 않았다.
 
목수 한사람이 그 주변을 지나는데, 상수리 나무에 눈길조차 주지않자 목수의 제자가 저렇게 좋은 재목을 본적이 없는데 왜 관심이 없는지 묻는다.
 
"쓸모있는 나무였으면 진작에 베어져서 무엇으로든 만들어 졌을텐데, 아무짝에도 쓸데 없으니 저렇게 오래 남아있는 것이다"
 
그날 밤, 목수의 꿈에 나무가 나타난다.
 
"당신도 결국 쓸모 없이 죽을 운명을 가진 인간일 뿐인데, 어찌 나(나무)의 쓸모를 논하는가? 나는 타인에게 쓸모 없으니 지금까지 살아남을 수 있었고, 이것이 나에게는 가장 중요한 쓸모일 뿐이다"
 
장자에서 쓸모의 의미로 사용된 한자 用은 희생제물로 제사에 쓰일 가축을 넣어두는 울타리를 상형한 글자이다. (시라카와 시즈카 '상용자해') 즉, 제사를 통해 하늘의 축복을 빌고, 저주를 피하기 위한 쓸모를 의미하는 것이다.
 
사람 입장에서는 쓸모이지만, 가축의 입장에서는 완전히 다른 이야기가 된다.
 
'타자에 의해서 규정된 '나의 쓸모'가 과연 나에게도 행복을 가져다 줄 수 있는가?'

 

장자는 인간세를 마무리지으며 이렇게 말한다.

 

"사람들은 '유용'의 쓰임은 알지만, '무용'의 쓰임은 모른다"

 

장자는 쓸모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쓸모의 주체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다. 즉, 나의 쓸모를 타인이 규정하도록 내버려두지 말라는 것이다.

 

당신은 어떤 쓸모를 가졌는가?

당신은 어떤 쓸모를 지금 자랑하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