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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 단상

관료주의를 위한 변명 - 폰 미제스 '관료제'

by pied_piper33 2024. 10. 29.
네가 공무원이냐? 왜 공무원처럼 일하냐?
 
민간영역에서 이 말은 '질문'이 아니라, 업무 태도의 진정성과 일하는 방식의 비효율에 대한 심각한 '질책'이라고 봐야한다.
 
공공기관에게 이런 오명이 씌워지는게 과연 현실에 부합되는가? 옳은가? 타당한가?
 
오스트리아의 경제학자 프리드리히 폰 미제스는 책 '관료제'를 통해서 이에 대한 해명 또는 설명을 시도한다.
 
우선, 미제스에 따르면 우선 공공기관은 실제적인 효율/비효율에 관련없이, 비효율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비난을 받기 쉽다고 지적한다.
 
"사람들은 때때로 행정의 비효율(mal-administration)에 충격을 받는다. 그러나 만약 결점들의 뿌리를 찾으려고 노력해 보면 그 결점들은 그저 태만이나 능력 부족의 결과가 아님을 알게 된다. 그것들은 때때로 특별한 정치적 제도적 상황의 결과이거나 더욱 만족스러운 해결책을 찾을 수 없는 문제와 타협에 도달하려는 시도의 결과임이 드러난다"
 
"평범한 시민은 관청의 운영을 자기에게 더욱 익숙한 이윤체제의 작동과 비교한다. 그들이 행정기관의 결점과 잘못이라고 부르는 것들은 피할 수 없는 속성들이다. 그것을 민간기업의 패턴에 따라 재형성하여 그것의 관리를 개선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예를 들어 연쇄살인범 한명을 잡기 위해, 수많은 경찰인력을 투입하여 오랫동안 범행을 분석하고 잠복시키고 추적하고 몸에 부상을 입어가면서 검거를 시도하는 것은 이윤 동기로 설명이 되지 않는다.
 
'성장' 또는 '이윤'이라는 간단한 로직에 의해서 움직이는 민간기업과 대비해서 공공조직은 고려해야할 것이 훨씬 더 많다. 따라서, 민간기업을 평가하는 '시각'과 '기준'으로 공공기관을 바라보면 모든게 불합리해 보일 수 있다.
 
둘째로 공공기관에서 근무하는 인력의 개인적인 역량이 뛰어 나더라도 문제는 여전히 존재할 수 밖에 없다.
 
"유럽에서의 관료제의 실패는 확실히 직원의 무능력 때문이 아니었다. 그것은 어떠한 공무 운영도 지니고 있는 불가피한 취약점의 결과였다.
공무원의 임무 수행에서 의문의 여지가 없는 방식으로 성공이나 실패를 확인할 수 있는 기준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은 해결 불가능한 문제를 야기한다"
 
즉, 성공과 실패에 대한 명확한 기준의 부재가 '지시'와 '규정'에 의존하는 기업문화를 형성하게 된다. 그렇다고, '이윤'과 같은 사기업에서 사용하는 계량적인 잣대를 강요할 경우, 공공기관으로서의 존재가치에 손상을 가하게 되므로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비효율보다 더욱 심각한 문제가 발생될 수 밖에 없다.
 
경찰청의 고위 리더를 평가할 때, 비용대비 체포건수를 KPI로 설정하는게 합리적일까? 범죄를 예방하는 것이 더 최선의 방법이라고 할 때, 예방건수는 어떻게 측정할 수 있을까?
 
셋째, 민영화 또는 민간기업의 우수인력을 공공섹터에 투입하는 것이 전가의 보도가 될 수는 없다.
 
"기업가들을 여러 부서들의 장으로 임명하는 것을 통해 관료적 개혁을 주창하는 것은 허사다. 기업가가 되는 자질은 기업가의 개성에 내재하지 않고, 기업가가 시장 사회의 틀에서 차지하는 지위에 내재한다"
 
"관청의 수장으로서 민간기업 출신의 전문가는 몇몇 사소한 규칙들과 몇몇 내부 절차 문제들을 변경할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관청의 활동들의 무대는 그의 손이 닿지 않는 규칙들과 규정들에 의해 결정된다"
 
민간기업과 공공기관은 각자의 영역에서 서로 상이한 룰과 환경 속에서 발전해왔으므로 민간이 공공보다 효율적이라는 '기대(또는 신화)'로 공공섹터를 민간스타일로 변화시키는 것은, 구 공산주의 소련에서 모든 민간기업을 '공공화'시켜버리고서 인민을 위한 가치의 창출을 기대한 것 만큼이나 위험하다.
 
넷째, 공공기관은 공공기관으로서의 본질에 충실한 방법을 찾아야 한다.
 
"공공 행정에서는 수입과 지출 사이에 관련이 없다"
 
"관료적 관리란 결과가 시장에서 현금 가치를 가지지 않는 행정 업무의 처리에 적용되는 방식이다"
 
"공공업무의 성공적 처리는 그 가치가 시장 거래를 통해 화폐로 표현될 수 없다"
 
매출을 늘리기 위해 비용을 사용하고 투자를 실행한다는 민간기업의 basic은 공공기관에게 있어서는 무의미한 언명이며, 굳이 찾아보려 한다면 매우 제한적인 영역에서만 발견될 수 있을 것이다.
 
시장에서의 이윤을 통해 성과를 측정할 수 없는 공공조직은 일을 하지 않으면 비용이 절감되고 재정 건전성이 좋아질 수 있다.
 
다섯째, 공공기관에게 있어서의 법과 규정의 의미는 민간기업과 다를 수 밖에 없다.
 
"관료적 관리는, 민주주의 아래에서는, 엄격하게 법과 예산에 따라 관리하는 것을 의미한다"
 
민간기업은 법의 틀을 벗어나지 않는 한도 내에서 최대한 자율적으로 움직이면서 이윤을 창출해야 한다. 하지만 공공기관은 국민으로부터 부여된 '막강한 권한'으로 세금을 사용하는 곳이므로, 개인의 창의와 자율에 맡겨서 그 힘을 사용하게 되면 득보다 실이 많아질 수 밖에 없다.
 
국민의 대표가 만든 법에 의해 국가의 권력이 움직이고, 세금이 사용되는 것이 민주주의 국가의 가장 기본적인 작동원리이므로, 법과 규정에 의거한 권한의 행사는 민주주의 국가의 공공기관에게 있어서는 당연한 의무이자 책임일 수 밖에 없다.
 
미제스의 변호는 여기서 멈추고 대안을 제시하지는 않는다.
 
미제스의 주장, 즉 공공부문이 민간과 다른 메커니즘으로 움직이고 앞으로도 공공의 메커니즘으로 움직여야한다는 것에 대해서는 논리적이 동의가 가능하다. 하지만, 서로 다른 메커니즘이라는 것이, 공공의 민간 영역에 대한 '무지'와 '몰이해'에 대한 면죄부를 제공하지는 않는다.
 
공공과 민간은 뫼비우스의 띠처럼 서로 얽혀있고, 공공은 많은 경우에 민간을 위한 인프라가 되어주고, 게임의 룰을 정하기도 한다.
 
민간이 공공의 메커니즘을 정확히 이해하기 어렵고 사실 이해할 필요도 없다. 민간은 이윤동기에 따라 자신의 사업을 영위하면 그만이다. 하지만, 공공은 민간 메커니즘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촉매의 역할을 해야한다.
 
공공은 아무리 효과적으로 운영해도, '비효율'적이라는 비난을 피할 수 없다.
 
민간의 공공에 대한 비난의 원천을 따져 봤을 때 그것이 메커니즘의 차이에 의한 것이라면 스스로 공직자로서 당연히 감내해야하는 명예로 인식하는 것이 맞다. 다만, 그 비난의 원천과 내용이 민간에 대한 이해 부족에 따른 '삽질'이면 곤란하다.
 
공공부문의 효율화를 추진한다면 이 두가지 비효율, 즉 '메커니즘 차이'와 '삽질'의 특성을 명확하게 인식하고 구별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하는 것이 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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