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명(Revolution)이라는 말은 서양에서는 주로 천체의 회전 등에 사용되다가, 영국의 명예혁명이 'Glorious Revolution'이라고 지칭되면서 정치적인 격변을 대표하는 표현으로 진화했다.
우리가 사용하는 단어인 '혁명'은 주역의 49번째 괘인 '택화혁'의 문장에서 유래한다.
택화혁은 연못 아래에 불이 놓여져 있는 형상으로 물이 아래로 내려와서 불이 꺼지거나 아니면 불이 위로 올라가 물을 증발시키는 식으로 어떤 모습으로든 현재 상태가 유지될 수 없는 상황을 의미한다.
주역의 저자는 이런 장면에 대해 '혁(革, 바꾸다)'라고 이름 붙였다.
혁, 즉 '변화'가 어떤 메커니즘으로 이루어지는 또는 어떻게 이루어져야 하는지 주역 저자의 설명을 조금 더 들어보자.
天地 革而四時 成
천지 혁이사시 성
"하늘과 땅이 변하면서 사계절이 만들어진다"
湯武 革命
탕무 혁명
"상나라를 무너뜨리고 은나라를 세운 탕왕과 은나라를 무너뜨리고 주나라를 세운 무왕이 하늘의 질서를 바꾼 것은"
順乎天而應乎人
순호천이응호인
"하늘에 순종하고 사람에게 호응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빅토르 위고는 소설 '레미제라블'에서 혁명을 이렇게 설명한다.
"혁명이란 무엇인가를 이해하고 싶다면 그것을 진보라고 불러 보라. 그리고 만약 진보란 무엇인가를 이해하고 싶다면 그것을 '내일'이라고 불러 보라. '내일'은 억제할 수 없게 자신의 일을 하는데, 그 일을 바로 오늘부터 한다."
종합해보면,
하늘의 뜻과 사람의 의지가 결합했을 때, 운명은 마침내 그 경로를 바꾸게 되는데, 우리는 그것을 혁명이라고 부른다.
여기서, 빅토르 위고의 통찰이 맞다면, 오늘부터 행동을 개시하는 변화의 흐름에 동참할 것인지를 내가 어떻게 결정하고 반응하느냐에 따라 나에게 주어진 운명도 관성적으로 계속 이어질지 아니면 방향이 바뀔지 결정된다.
빅토르 위고는 유럽의 운명을 혁명적으로 바꾸어버린 나폴레옹의 마지막 결전이었던 워털루 전쟁에 대해서 이렇게 평가한다.
"워털루는 이류 장수에게 승리가 돌아간 일류의 전쟁이다."
아침 일찍 일어나, 턴테이블에 브람스 4번을 올려놓은 후 커피를 내리고 책을 읽으며 글을 쓰는 방식으로 하늘에 뜻에 반응하는 나에게..
하늘은 이류 장수가 일류의 전쟁에서 승리하는 운명을 만들어 줄 지, 아니면 일류 장수가 이류의 전쟁에서 패배하는 운명을 만들어 줄 지 궁금하다. * 물론, 책이나 읽고 음악이나 들으면서 살아라..라는 세번째 옵션도 충분히 환영할만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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