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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 단상

무한 증식하는 일

by pied_piper33 2024. 10. 29.
일이라는 건 암세포와 같다.
 
내버려두면 끝없이 증식하고 결국 그 일이라는 것이 존재하는 기반이 되는 조직을 망가뜨린다. 따라서, 실행력이 강하고 성과를 제대로 만들어 내는 조직일 수록 일을 새로 시작하는 것 이상으로 일을 없애는 것에 집중하기 마련이다.
 
일을 없애지 않으면 새로운 일이 들어갈 여지가 없어진다.
 
빛나는 아이디어에서 출발해서 새로 추가되는 '일'은 당장은 조직을 이롭게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없어져야 하는 일을 없애지 않은 상태에서는 일이 추가되기만 한다면 조직의 피로도를 높이기만 할 뿐이고 결국은 조직의 힘을 약화시키기 마련이다.
 
현실은 어쩔 수 없다는 토로를 자주 듣는다. 그 얘기는 조직의 생존 또는 생명력 지속이라는 더 중요한 현실을 간과하는 것이다.
 
경제학에는 파레토 효율(-效率, Pareto efficiency)이라는 개념이 있다. 파레토 효율은 어느 한쪽에 손해를 만들지 않고서는 다른 한쪽에 이득이 되는 변화를 만들어내는 것이 불가능한 상태를 의미한다.
 
완전히 망가져서 회생 불가능한 조직이 아닌, 소위 굴러가고 있는 조직은 '리더'가 언어적으로 그리고 비언어적으로 요구한 정책에 최적화된 상태로 존재하고 구성원들도 그 정책에 맞추어 워크-라이프 밸런스를 최적화시키고 있기 때문에, 긍정적 측면에서든 부정적인 측면에서든 파레토 효율 상태로 존재하고 있다고 보는게 합리적이다.
 
이 얘기는 리더가 내리는 모든 업무 지시 또는 변화 요구에는 그에 따르는 반대급부로서의 '비용'이 발생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현실 속에서 많은 리더들은 그 '비용'의 존재를 무시하고 싶은 유혹에 노출된다.
 
문제는 그 비용의 존재를 무시하거나, 리더 자신이 아니라 부하직원이 알아서 해결해야하는 중요치 않은 것으로 간주할 경우, 아름다운 시도의 이면에서 반대급부로서의 잡일이 통제 불가능할 정도로 커지게 된다는 사실이다.
 
혁신을 위한 새로운 시도와 변화에는 이견이 있을 수 없다. 다만, 혁신이 혁신적인 성과를 만들어 내기 위해서는 혁신에 수반되는 '비용'에 대해서도 혁신을 실현하는 활동의 일부로 간주하는 넓은 시야가 필요하다.
 
비용을 고려하지 않는 혁신은 혁신으로 포장된 무책임에 불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