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자는 용병의 가장 기본적인 원칙으로 주인이 되지 말고 손님이 되라(不敢爲主而爲客)고 가르친다.
장수의 명령 하나에 의해 수천명의 병사들의 삶과 죽음이 결정된다. 병사와 장수의 지위 차이는 어마어마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수가 주인이 되면 안된다는 말은 지나친 겸손을 넘어서서 위선처럼 들린다.
장자에는 뛰어난 악기 걸이를 만드는 목수 얘기가 나온다. 그 목수는 나무를 구하기 전에 닷새동안 몸을 정결케 한다.
이를 통해 마음 속에 사사로운 욕심이 사라지고 심지어 자기 자신의 손과 발의 존재까지 잊는 경지에 오르게 되고, 그제서야 나무마다 가지고 있는 서로 다른 본성이 눈에 들어오고 그 본성이 요구하는 악기걸이의 형상이 눈에 들어오게 되므로 손으로 다듬어서 작품을 완성한다.
용병이든 HR이든 중요한 것은 관리의 방법이 아니라, 대상이 되는 병사 즉 사람에 대한 깊은 이해이다. 깊게 이해하려면 낮은 위치에서 진정성있게 바라보아야 한다.
노자가 주인이 되지 말라고 경고한 바와 같이, 전쟁에 임하는 장수는 그리고 기업의 리더는 자기 자신에 대해 잠시 머물다 떠나갈 손님일 뿐이라는 생각으로 겸손히 사람과 소통하고 이해하면서 사람 속에 들어있는 가치와 자질을 발견하고 계발을 지원해야 한다.
화랑의 세속오계에 나오는 싸움에 임해서 절대로 물러서지 말라는 임전무퇴는 리더와 구성원이 서로 신뢰하지 못하는 상황에서나 어울리는 비효율적인 전술이다. 장수가 병사를 믿지 못하니 작전상 후퇴를 비겁함으로 간주하는 것이고, 병사 역시 장수를 믿지 못하니 무조건적인 전진으로 자신을 증명해야 하는 것이다.
장수가 주인이 아니라 손님이 되는 노자의 용병술은 이와는 반대의 메시지를 전한다.
전진하지 말고 후퇴하고 (不敢進寸而退尺)
팔를 쓰지 않으면서 물리치고 (攘無臂)
대적하지 말고 쳐부수어야 한다 (扔無敵)
'노자와 기업경영' 카테고리의 다른 글
노자와 기업경영 74 - 민불외사 기하이사구지 民不畏死 奈何以死懼之 (1) | 2024.10.19 |
---|---|
노자와 기업경영 71 - 지부지상 知不知上 (0) | 2024.10.19 |
노자와 기업경영 68 - 선전자불노 善戰者不怒 (0) | 2024.10.19 |
노자와 기업경영 65 - 민지난치 이지지다 民之難治 以其智多 (0) | 2024.10.19 |
노자와 기업경영 63 - 보원이덕 報怨以德 (0) | 2024.10.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