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닌에게 사회주의 혁명은 이미 완성된 도식을 기계적으로 적용하는 것이며..."
"하지만, 룩셈부르크에게 사회주의의 구체적 실현은 불투명한 미래에 감춰진 것이며, 지금은 단지 일반적인 방향을 지시하는 약간의 핵심적 안내판만 존재한다."
- 이갑영, '역사는 스스로 길을 찾는다' 중에서
'혁신'의 새싹을 꺾어버리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기-승-전-결이 구체적으로 담겨있는 '혁신 플랜' 보고서를 요구하는 것이다.
'혁신'이 혁신인 이유는 안가본 길을 가는 것이므로 안가본 길의 구체적인 모습을 상상으로 서술하다보면, 디테일에서 수많은 오류가 만들어질 수 밖에 없다.
혁신은 '길'을 떠나는 것이고 수많은 불확실성에 직면하면서 시행착오를 통해 배우고 조금씩 완성도를 올려가면서 성공의 확률을 올리는 것이지만, 구체적인 혁신 플랜의 작성을 요구하고, '혁신 플랜' 속에 섞여있는 오류를 지적하는 과정에서.. 길을 떠날 수 있는 동력은 사라지기 쉽다.
문제는 단호한 '혁신 플랜'이 제공하는 심리적인 안정감이라는 매력적인 요소로 인해서, 약간의 핵심적 '안내판'만을 제공하면서 '시행착오'를 통해 함께 수정하고 전진하자는 논리는 언제나 단호한 혁신플랜과 그 혁신플랜에의 교조적인 추종을 주장하는 목소리 앞에서 좌절하게 된다.
(플랜을 세우는 시점은 플랜을 성공시키기 위해 필요한 경험과 지식이 가장 부족한 시점이므로 그 시점에 만든 플랜을 교조적으로 따르는 것은 이미 처참한 실패를 예정해놓은 것이라고 봐야함)
결과적으로 '나를 따르라'라고 외친 레닌은 권력을 잡는데 성공을 했으며 '함께 배우고 성장하자'고 주장한 로자 룩셈부르크는 살해되어 시체가 운하에 버려졌다.
하지만, 레닌의 성공은 결국 스탈린의 소련이라는 비극으로 이어졌으니 소련이라는 이름의 거대한 '실패'은 로자 룩셈부르크의 이론적 승리로 설명할 수도 있을 듯하다.
혁신을 위한 아이디어가 제시되었을 때, 그 아이디어에 동의하는 척하면서.. 바로 '기-승-전-결'이 담긴 documentation을 요구하는 기업문화 속에서 '혁신'은 권력을 가진 높은 사람이 밀어주는 누군가가.. 멋지게 만든 '혁신 플랜'을 교조적으로 추진되는 방식으로 진행되기 마련이다.
이렇게, 인류최대의 변화관리 프로젝트를 추동시키는데에는 성공했으나, '가치'의 생산에는 실패한 레닌은 자본주의 세상에서도 권력 재생산 메커니즘의 모습으로 그 생명력을 지속하고 있다.
리더들은 자신의 '일상적인 판단'이 모이고 축적되어 조직에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는지, 냉정하게 파악하기 어렵다.
하지만, 가끔은 자신의 메시지로 조직 구성원의 행동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레닌이 되고 싶어서 레닌이 되는 건 어쩔 수 없으나, 스티브 잡스나 일론머스크 또는 제프베조스를 지향하면서 자신도 모르게 레닌이 되어가는 건 슬픈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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