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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 단상

포클랜드 전쟁의 교훈

by pied_piper33 2024. 10. 15.
포클랜드 제도는 영국에서 지구 반바퀴에 해당하는 14,000km나 떨어져있는 아르헨티나 근해에 있는 섬이다,
 
군사적 가치도, 경제적 가치도 딱히 없는 섬이지만,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아르헨티나의 군사 독재자 갈티에리에게는 아르헨티나 국민들의 불만을 밖으로 돌릴 수 있는 괜찮은 수단이 될 수 있었다.
 
1982년 4월 2일 아르헨티나는 4000여명의 해병대와 특수부대를 투입하여, 영국 영토였던 포클랜드 제도를 점령한다.
 
당시 영국은 IMF 구제금융을 받을 정도로 경제가 피폐해져 있었고, 한때 세계 최강이었던 영국 해군은 마지막 항공 모함인 아크로열까지 퇴역시킨 상태여서, 원거리에서 전쟁을 수행할 능력이 사실상 사라진 상태였다.
 
이에 비해, 아르헨티나는 과거 영국에서 건조한 항공모함을 수입해서 보유하고 있었고, 항공전력에 있어서도 영국에 대비해서 우위에 있었다. 무엇보다도, 지구 반바퀴를 날아와서, 낯설은 남극해 근처에서 전쟁을 해야한다는 것이 영국에게 있어서는 가장 치명적인 악조건이었다.
 
결과적으로 이 전쟁에서 아르헨티나는 처참한 패배를 당한다. 모든 면에서 아르헨티나가 도저히 질 수 없는 전쟁이었는데 왜 이런 일이 생겼을까?
 
약간은 편향적일 수 있겠으나 내 관점으로 정리해보면,
 
1. 전쟁을 일으킨 아르헨티나의 독재자는 '육군' 출신이었다.
    : 전쟁 후에 알려진바에 의하면, '공군'은 전쟁이 기획되는 과정에서 배제되었으며, 전쟁 발발 직전이 되어서야 소식을 알게 되었다.
 
2. 포클랜드 제도에는 전투기가 이착륙할 수 있는 비행장이 없었다.
    : 전투기가 사용할 수 있도록, 그동안 수송기나 헬기만 뜨고 내리던 포클랜드 군용 공항의 활주로를 확장하자는 공군의 요청은 묵살되었다. 포클랜드 제도 내에 비행장이 없었으니, 아르헨티나 전투기는 본토에서 480km이상을 날아와야 했으며, 정작 포클랜드 제도 상공에서는 겨우 10분 정도만 머물수 있었고, 최소한의 작전만을 수행하고 기지로 복귀할 수 밖에 없었다. 반면에 포클랜드 제도 근방의 경항공모함에서 대기할 수 있는 영국의 시해리어는 60분동안의 작전 수행이 가능했다.
 
3. 전쟁은 철저히 '공군' 위주로 진행되었다.
    : 아르헨티나 주력기는 이스라엘과 이집트 사이에서 벌어졌던 '6일 전쟁'에서 엄청난 전과를 올렸던 속력 마하2의 프랑스제 미라쥬였으며, 영국의 주력기는 아직 실전 검증이 안되었고, 속력도 마하 1이 안되는 시해리어였다. 정규 항공모함을 퇴역시킨 영국으로서는 원거리 전쟁 수행을 위해서는.. 수직이착륙/단거리이착륙이 가능한 시해리어 이외에 달리 대안이 없었다.

 

아르헨티나의 미라쥬 전투기가 10분동안 작전 수행을 하고 어쩔 수 없이 본토로 돌아가기 위해 기수를 돌리는 순간, 영국 시해리어가 넉넉한 시간적인 여유를 가지고 도망가는 미라쥬의 꼬리에 달려들어 미사일을 발사하는 방식으로 공중전이 진행되었으니, 승부는 일방적이었다.

 

이렇게 지구 반바퀴를 돌아와서 전쟁을 수행하는 영국이 오히려 거리의 잇점을 활용할 수 있었고 아르헨티나가 힘겹게 원거리 전쟁에 허덕이는 어처구니 없는 상황이 만들어졌다.

 

현대전이 미사일 공방을 먼저 진행한 후,

 

1. (공군) 공중전을 통한 제공권 장악

2. (공군) 전폭기의 레이더기지/비행장폭격/방공포대 폭격

3. (해군) 상륙지점 폭격, (공군) 공중지원

4. (해병) 거점 점령

5. (육군) 상륙의 순서로 이루어지는 것이 상식화되어 있는 것처럼

 

이제 웬만한 비즈니스는 '공군' 또는 '미사일'에 해당하는 디지털 디바이스를 매개로 이루어지는 것 역시도 '상식'이 되어 있다.

 

오프라인에서의 상거래도 아주 빠른 속도로 O2O의 모습으로 변신하고 있으니 전통적인 '육군'만의 시각으로 세운 전략은 유효성이 매우 떨어진다고 봐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꽤 많은 기업의 경영진이 '육군' 출신으로 구성되어 있는 것이 많이 발견된다.

 

구체적으로는 '육군' 출신이 실권을 쥔 상태에서 전사 전략을 세우고 실행하고 외부 채용으로 확보한 '공군' 장교의 의견을 경청하면서 반영하려고 애쓰는게 오프라인을 기반으로 지금까지 성공해온 많은 기업들이.. 급변하는 시장에 대응하는 일반적인 모습일 것이다.

 

전쟁의 문법이 변했다. 육군이 주도하는 전략으로는 전쟁에 승리할 수 없다.

 

육군이 할 수 있는 최선은 '공군'의 의견을 경청하는 것이겠으나,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보다 본격적으로 '공군'적인 상상력과 창의력이 전쟁을 주도할 수 있어야 한다.

 

리더가 '육군'인 상황에서는 '육군'적인 상상력에 공군의 장비가 반영되는 것 이상을 기대하기 어렵다.

 

거의 모든 산업에서 시장은 디지털의 메커니즘에 의해 움직이고 있으며 고객은 디지털이 주도하는 그 세계에 이미 살고 있다. 이제 비즈니스에서 승리하려면 기업을 움직이는 실질적인 권한이 '디지털'과 '기술'을 다루는 사람에게 주어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