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수의 딜레마'는 협력을 하면 모두가 누릴 수 있는 이익이 극대화됨에도 불구하고 상대가 배신을 하고 나는 협력을 했을 때 즉, 상대는 영리하고 나만 호구가 되었을 때 겪게 되는 낭패의 가능성 때문에 결과적으로 모두 '배신'을 하는 방식으로 사람들의 행동이 귀결될 수 밖에 없음을 보여준다.
그렇지만, 이런 일들이 반복적으로 일어나면 사람들의 행동은 어떻게 바뀔까?
반복적인 경험을 통해 A는 언제나 협력을 하는 사람이고, B는 쉽게 배신하는 사람이라는 정보가 만들어지면, 사람들은 A와는 협력을 하고 B와는 협력을 하지 않는 선택을 하게 된다.
문제는 세상이 이렇게 단순하지 않다는 데에 있다. 언제나 협력만 하는 사람도 없고, 배신만 하는 사람도 없다. 각자 자신의 이익을 위해 서로 다른 상황에서 서로 다른 선택을 한다.
미시간대학교 교수인 로버트 액슬로드는 반복해서 이루어지는 죄수의 딜레마 게임을 제안한다.
즉, 어떤 상대와 1:1로 마주치게 되었을 때, 둘 다 협력하면 3:3으로 이익이 발생하고, 내가 배신하고 상대가 협력하면 5:0, 내가 협력하고 상대가 배신하면 0:5, 둘 다 배신하면 1:1로 이익을 나누어 갖게 되는 게임을 반복적으로 실시한다.
액슬로드의 게임에 전세계의 수학자, 경제학자, 심리학자들 참여한다.
각 참여자들은 합계 이익이 최대화될 수 있도록 알고리즘을 만들고 그 프로그램으로 다른 참여자와 승부를 겨루게 된다.
참여자들의 전략은 대략 이러한 유형으로 분류되었다.
1.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전략 (Tit-for-tat)
: 협력한 사람에게는 협력, 배신한 사람에게는 배신한다.
2. 일단 배신 (Tester)
: 배신을 통해서 상대의 반응 패턴 정보를 파악하고 나의 행동을 최적화
3. 일단 신뢰
: 나의 신뢰를 보여주면서, 나에게는 협력하는게 당신에게도 이익이 극대화될 수 있는 방법이라는 것을 설득
4. 예측
: 상대의 행동을 분석하여, 협력 또는 배신할 확률을 계산하고 그 계산값에 맞추어 내 행동을 최적화
게임은 '이에는 이 눈에는 눈' 전략의 승리로 끝났다.
이 결과를 보고, 많은 학자들은 '이에는 이 눈에는 눈' 전략을 이길 수 있는 알고리즘을 상상할 수 있었다.
이제 2차 대회가 열렸다. 결과는 또 '이에는 이 눈에는 눈' 전략의 우승이었다.
1~2차 게임의 데이터를 분석하면서 공통된 여러 개의 승리 패턴을 도출할 수 있었다. 이 중 몇가지를 소개해 본다면 이렇다.
첫번째, 먼저 손내밀어 협력하는 사람이 이익을 얻는다.
즉, 협력을 기본 스탠스로 가지고 있는 사람이 상호 협력의 가능성을 더 많이 누릴 수 있다.
두번째, 내 행동을 예측하게 하면 더 많은 이익을 얻는다.
속임수를 통해 상대방의 뒤통수를 때리기 보다는, 서로의 행동을 안정적으로 예측할 수 있을 때 행동의 최적화가 더욱 용이하고 결과적으로 더 많은 이익을 누린다.
세번째, 나를 반복해서 배신하는 사람에게 굳이 손내밀지 않는다.
배신할 사람을 짝사랑하는 건, 이익 극대화 관점에서도 옳지 않다.
최근 트럼프의 대통령 당선 이후, 미국의 국가 경영 전략이 '이에는 이 눈에는 눈 (Tit-for-tat)'에서 '일단 배신 (Tester)'으로 바뀌고 있는 듯 보인다.
먼저 뒤통수를 때리고, 상대 국가가 어떻게 반응하는가에 따라 나의 행동을 수정하는 방식이다.
액슬로드의 게임에서 '일단 배신' 전략은 우승은 커녕 높은 순위에 오르지도 못했다.
당장은 영리한 듯 보이지만, 반복된 게임을 통해 '일단 배신' 플레이어 입장에서도 '눈에는 눈 이에는 이'에게는 협력하는게 합리적이라는 판단을 하게 되었고,
유사한 '배신' 알고리즘과 만났을 때는 Lose-Lose의 결과를 만들 수 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지구의 평화를 위해 그리고 인류 문명의 타락을 막기 위해, 트럼프 주위에 똑똑한 책사가 살아남아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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