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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시간

11월의 나무

by pied_piper33 2024. 11. 6.

11월의 나무

                                 - 황지우

11월의 나무는, 난감한 사람이 
머리를 득득 긁는 모습을 하고 있다 

아, 이 생이 마구 가렵다 

주민등록번호란을 쓰다가 고개를 든 
내가 나이에 당황하고 있을 때, 

환등기에서 나온 것 같은, 이상하게 밝은 햇살이 
일정 시대 관공서 건물 옆에서 
이승 쪽으로 측광을 강하게 때리고 있다 

11월의 나무는 그 그림자 위에 
가려운 자기 생을 털고 있다 

나이를 생각하면 
병원을 나와서도 병명을 받아들일 수 없는 사람처럼 
내가 나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 

11월의 나무는 
그렇게 자기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 

나는 등뒤에서 누군가, 더 늦기 전에 
준비하라고 말하는 소리를 들었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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