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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Divina Commedia, 샘물을 길어 올리다

위선을 그리워 하다 - Inferino 23:64~65

by pied_piper33 2026. 2. 27.

밖에는 금박이 입혀져 있어서 그렇게도 휘황찬란하지만
속은 모두 납으로 채워져 있구나 어찌나 무거운지,

Di fuor dorate son, sì ch'elli abbaglia;
ma dentro tutte piombo, e gravi tanto,
(번역 지어선)

지옥편 제23곡은 위선자에 대한 형벌을 다룬다.

위선을 유지하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검은 속내를 흰색 포장으로 감추면서 사는건, 겉과 속을 일치시키면서 사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는 일이다. 위선자는 죽어서도 벌을 받지만 어쩌면 사는 동안에 그 죄에 해당하는 고통을 이미 받고 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구에서 가장 강한 나라의 지도자에 의해 '우아한 위선'에서 '솔직한 야만'으로 인류의 룰이 급격히 바뀌고 있는 지금의 상황에서는 단테의 제23곡은 배부른 얘기로 들린다.

1933년 김교신은 '위선도 그리워'라는 제목의 글을 남겼다. 김교신은 바리새인에 대해서 '그래도 선(善)이라는 표준은 있었던 백성'이라고 평가하면서, 선이라도 표준마저 버린 세태를 안타까워 한다.

"고로 공연하게 불의를 말하고 비례(非禮)를 행하면 도리어 ‘솔직’하고 ‘철저’하다는 사회의 찬탄을 받는 세상이다"

일제강점기를 살던 김교신은 불의한 권력을 추종하는 사람들이 그들의 추악한 솔직함을 자랑하면서도 부귀영화를 누리는 모습을 절망스럽게 바라봤던 것이다.

세월이 많이 흘러서, 김교신이 한반도에서 목격한 '위선도 그리웠던 광경'을 이제는 전세계 인류가 함께 경험하고 있다.

인류는 과연 위선을 경멸할 수 있는 세계로 다시 돌아갈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