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행을 당했으니 너는 유죄다"
"범행을 당했으니 너는 유죄다"
"you are guilty of the crime of having been forced"
아드리안 리치의 시를 읽다가 이 부분에서 더 나아가지 못하고 멈춰선다.
작은 어깨에 가방을 걸고 처음으로 학교에 갔던 어린 시절부터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내라'는 타인의 요구를 나 스스로 나의 것으로 내면화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내려고 노력했고 대부분의 상황에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냈지만 가끔씩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내지 못한 나 자신을 자책해왔다.
"유죄를 인정하라"
"You have to confess"
수없이 나의 유죄를 인정하라는 상황에 내몰린다. 물론, 그렇게 몰아가는 건 나 자신이다. 유죄를 인정하고 다음번에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내야 한다고 그리고 해낼 수 있다고 마음을 다잡는다. 그런데, 갈 수록 마음이 힘들어진다. 지치는가보다.
"나는 그를 알 수 없지만, 이제 그는 나를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You hardly know him but now he thinks he knows you"
아무리 고통스러워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달리는 힘은 도대체 어서 나오는 것인지 곰곰히 생각해 본다. 달리는 나를 칭찬하고 멈춰선 나를 걱정하는 타인의 시선 아니 타인의 눈으로 나를 바라보는 나의 시선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내도록 만들어온 것이 아닐까.. 사르트르가 말한 타인이라는 지옥이 이렇게 현실이 되어버렸다. 그는 나를 알고 있다.
"삼킬 것인가, 부정할 것인가, 거짓말 해버리고 훈방될 것인가?"
"will you swallow, will you deny them, will you lie your way home?"
세가지는 모두 답이 아니지만, 딱히 네번째 답이 떠오르지도 않는다.
이 세상에 태어난 것 자체로 유죄이지만, 살아 숨 쉬고 있음으로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죄라는 믿음이 필요하다. 희망이라고 또는 간절한 소망이라고 불러도 무방하다.
여전히 유죄이고 무죄인 삶..
=
There is a cop who is both prowler and father:
he comes from your block, grew up with your brothers,
had certain ideals.
You hardly know him in his boots and silver badge,
on horseback, one hand touching his gun.
You hardly know him but you have to get to know him:
he has access to machinery that could kill you.
He and his stallion clop like warlords among the trash,
his ideals stand in the air, a frozen cloud
from between his unsmiling lips.
And so, when the time comes, you have to turn to him,
the maniac’s sperm still greasing your thighs,
your mind whirling like crazy. You have to confess
to him, you are guilty of the crime
of having been forced.
And you see his blue eyes, the blue eyes of all the family
whom you used to know, grow narrow and glisten,
his hand types out the details
and he wants them all
but the hysteria in your voice pleases him best.
You hardly know him but now he thinks he knows you:
he has taken down your worst moment
on a machine and filed it in a file.
He knows, or thinks he knows, how much you imagined;
he knows, or thinks he knows, what you secretly wanted.
He has access to machinery that could get you put away;
and if, in the sickening light of the precinct,
and if, in the sickening light of the precinct,
your details sound like a portrait of your confessor,
will you swallow, will you deny them, will you lie your way ho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