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단상
왕정의 비효율성
pied_piper33
2024. 12. 14. 09:25
군사학자 게하르트 그로스는 제1차 세계 대전에서 독일 패배할 수 밖에 없었던 원인의 하나로 총사령관으로 황제인 빌헬름 2세가, 야전사령관으로 독일제국의 황태자와 바이에른의 왕세자가 비효율적으로 권한을 행사한 것을 들고 있다.
황제와 황태자 그리고 왕세자가 사령관이라는 중요한 기능을 수행하기 위해 필요한 군사적 소양을 충분히 갖추고 경쟁을 통해 검증 되었을 가능성은 매우 낮다.
이러한 상황이라면, 전문지식과 경험을 가진 유능한 참모들을 활용하는 방식이 대안이 될 수 있다.
그렇다면, 황제에게는
- 긴 시간 동안 여러 사람으로부터 설명을 들을 수 있는 인내심과 체력
- 다양한 정보를 체계적으로 암기하는 능력
- 정보를 창의적으로 재조합하여 의사결정을 내리는 판단력
..이 갖추어져야 한다.
안타깝게도 법의 테두리 바깥에서 만인지상의 삶을 살고 있는 이들 왕족들 입장에서는 굳이 갖출 필요가 없는 능력들이다.
독일군 총사령관 빌헬름 2세는 전쟁의 진행경과에 대해 엄중하게 꾸짖는 권한을 주로 발휘했던 걸로 보인다.
참모총장이었던 몰트케는 어쩔 수 없이 항상 질책을 받을 수 밖에 없었고 안팎의 적과 싸우다가 결국 빌헬름 2세에 의해 에리히 폴 팔켄하인으로 교체된다.
유능한 엘리트에 의해 탁월한 논의가 이루어져야 하는 최고 군사회의 참석자 중에 군사적으로 가장 무능한 사람인 왕족의 변덕과 취향에 의해 전략이 좌우되는 안타까운 상황은 제1차 세계대전의 독일에서만 있었던 사건은 아니다.
리더는
1) 의사결정을 내리고
2) 실행에 필요한 자원을 공급하고
3) 실행에 방해되는 장애물을 제거하고
4) 결과에 책임지는
.. 기능을 담당해야 한다.
하지만, 왕족은 이러한 1)~4)의 기능을 수행하기 보다는 자신이 원하는 이상을 모호하게 말하고 성과에 불만을 제기하고 담당자를 처벌할 뿐 자신이 책임지지 않는다.
그리고 이러한 왕족의 행태는 국가의 각 영역을 담당하는 크고 작은 리더들에게 그대로 전파되기 마련이다.
국민 주권에 기반한 민주주의 체제가 이미 알려진 그 수많은 한계에도 불구하고, 절대왕정이나 전체주의보다는 효율적일 수 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