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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인 분석의 오류 - 니체 '우상의 황혼'
pied_piper33
2024. 10. 31. 11:36
예상을 벗어난 시장/고객/경쟁사의 양상이 포착될 경우, 기업의 구성원들은 각각의 업무 영역에서 원인을 분석하고 경영진은 이를 종합하여 의사결정을 내리고 대책을 실행하게 된다. 이때, 원인 분석에 오류가 있을 경우, 당연히 대책은 기대했던 결과물을 만들어내지 못한다.
원인분석에는 왜 오류가 발생할까..
니체의 얘기를 들어보자.
"알려지지 않은 어떤 것을 알려진 어떤 것으로 환원하는 것은
마음의 부담을 없애주고 안심시켜주며 만족시켜주고
그 외에도 자신이 힘을 가지고 있다는 느낌까지 갖게 해준다.
알려지지 않은 것을 접하게 될 때 우리는 위험, 불안, 걱정과 같은 것을 느끼게 된다.
(우리의) 본능은 이러한 괴로운 상태들을 제거하려고 한다.
우리는 우리를 괴롭히는 생각들에서 벗어나는 수단에 대해서는 엄격하게 따지지 않는다.
알려지지 않은 것을 알려진 것으로서 설명하는 방식이 사람들의 마음을 너무나 편하게 해주기 때문에 사람들은 그것을 ‘참’으로 간주하게 된다. 가능하다면, 참된 원인을 선택하기 보다는, 안심시켜주고 편하게 해주고 마음의 부담을 없애주는 원인을 선택한다.
이미 알려져 있는 것, 체험된 것, 기억 속에 새겨져 있는 것을 원인으로 설정하는 것은 이러한 욕구의 결과이다. (이때) 새로운 것, 체험되지 않은 것, 낯선 것은 원인에서 배제된다.
원인을 알고 싶어하는 충동은 (알려지지 않은 것을 접하게 되면서 발생되는) 공포감을 조건으로 하고 또한 공포감에 의해 자극된다.
(결과적으로 공포가) 진리의 기준으로 작용하고 있는 셈이다."
- 니체, '우상의 황혼' 중에서
새로운 현상은 과거에는 상상하지 못했던 새로운 원인에 의해 촉발되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낯설음 또는 무지로 인해 발생되는) 공포를 최소화시키고자 하는 욕망에 의해, 새로운 현상을 자신에게 익숙한 '과거의 지식/경험/논리'로 설명하려고 시도하고, 이러한 과정을 통해 새로운 현상을 설명할 수 있는 '새로운 원인'이 테이블 위에 올려져 논의가 진행될 가능성이 제거된다.
결국, '낯설음과 무지에 대한 공포'가 기업의 틀린 의사결정과 '잘못된 자원투입'을 촉발시키는 원천이 되어 버리는 것이다.
기업이 이미 보유하고 있는 '익숙한 지식/경험/논리'가 기업이 활용할 수 있는 지적 역량(Intelligence)의 한계가 되어서는, 지금처럼 쉼없이 변화하는 경영환경을 극복하기 어렵다.
기업의 지적 역량을 증대시키기 위해 똑똑한 사람을 영입하는 것은 물론 효과적인 방법이지만, 그것만으로 기업이 근본적으로 또는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똑똑해지기는 쉽지 않다.
'낯설음'과 '무지'에 대해 솔직히 인정해도 위태로움을 느끼지 않을 수 있는 긍정적 문화를 '조직의 DNA'로 갖추는 것이야말로 새로운 지식을 지속적으로 축적함으로 의사결정의 오류를 최소화 할 수 있는 이른바 '똑똑한 기업'으로 진화하는 방편이 될 수 있다는 것이.
120년전에 살았던 니체가 21세기를 살아가는 지금의 우리에게 전하는 '낯선 조언'이다.